19일 낮 12시께 서울 광장시장에서 김창수씨가 막걸리 한 병과 머리 고기, 돼지껍질을 시켜놓고 점심을 먹고 있다. 박지영 기자
“점심 반주로 막걸리 한 병씩 하면서 시름 달랬는데 또 오른다고 하니 참….”
19일 정오께 서울 광장시장에서 머릿고기와 돼지껍데기 한 접시를 시켜놓고 막걸리 한 잔을 따르던 김창수(62)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막걸리를 마신다는 그는 “원래 3000원 정도 하던 게 요즘엔 대부분 4000원으로 올랐다”며 “만약 가격이 여기서 더 오른다면 마시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탁주) 세율을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가격 인상을 걱정하는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는 ‘세법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오는 4월1일부터 출고하는 맥주와 탁주 세율을 1ℓ당 885.7원, 44.4원으로 지금보다 각각 30.5원, 1.5원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동대문종합시장 인근의 한 닭한마리집에서 만난 조성태(57)씨는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에서 소비는 줄여야겠는데, 일하고 나면 힘들어서 술 생각이 나니 반주는 포기를 못 하겠더라. 여기서 가격 더 오르면 차라리 술을 사다 혼자 집에서 마실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3000원짜리 국밥집에서 식사를 마친 문종섭(77)씨도 “경기도 오산에서 친구 만나려고 왔다가 3000원짜리 싸고 맛있는 국밥집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 왔다”며 “노인들은 점심에 이렇게 술 한잔 반주로 하는 게 인생의 낙인데 가격이 오르면 어려운 사람들에겐 부담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손님들을 주로 맞는 식당 주인들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졌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3천원 짜리 황태해장국을 파는 김순임(75)씨는 “다른 재료 가격들이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 손님들이 반주로 자주 찾는 막걸리 가격까지 오른다고 하면 막걸리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인근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권필진(45)씨도 “만약 주세가 올라서 도매가격이 변동된다면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고물가라 다른 것들도 다 올라서 감당이 안 된다”며 “부자재들이 다 오르다 보니 손님 1~2명이 와서 반찬 2~3번 리필해달라고 하면 짜증 날 수밖에 없다. 만약 주류 도매가격이 오르면 이 주변 일대 사장님들과 가격 인상에 관해 이야기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맥주·막걸리 업계에서는 당장 출고가격을 인상하진 않지만, 추후 물가 상황 등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서울탁주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고, 지난해 3월 평균 7.7% 맥주 출고가격을 인상한 오비맥주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주세 인상을 포함해 여러 외적 가격 인상 요인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한 국밥집에서 직원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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