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빅브라더’처럼 별다른 통제 없이 국민 얼굴 정보를 폭넓게 수집해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지난 12일 “얼굴인식 기술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며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입법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는 관련 법이 마련되기 전까지 국가가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처(모라토리엄)를 수립·시행해야 한다고도 국무총리에게 권고했다.
이번 인권위 의견표명 및 권고는 최근 몇년새 국내에서도 주요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기본권 침해에 대한 고려 없이 얼굴인식 기술을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이뤄졌다.
2021년 정부가 출입국 심사에 쓸 인공지능을 개발할 명분으로 약 1억7천만건의 내·외국인 얼굴 사진을 민간업체에 넘기거나, 경기 부천시가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확인하는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권위는 특히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은 명백하고 급박한 공익적 사유(급박한 실종 아동 수색) 등에 따라 극히 예외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2021년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위험성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공공장소에서 이 기술의 사용을 중지할 것을 각국에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서는 얼굴인식 기술에 대한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상태다. 인권위는 얼굴인식 기술의 기본권 침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전에 ‘인권영향평가’를 받아야하는 내용을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인권영향평가에서 해당 얼굴인식 시스템이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험성이 드러난 경우, 개발·활용을 중단하고 조처한 뒤 내용과 결과를 공개하도록 법에 구체적 절차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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