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주민들이 부둥켜안고 있다. 하타이[튀르키예]/로이터 연합뉴스
어린이집 교사 박명진(22)씨는 8일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고 싶어 대한적십자사에 약 10만원을 기부했다. 박씨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뉴스를 보고 튀르키예 지진을 이야기해,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오면 선생님이 편지 장수당 기부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명도 빠짐없이 편지를 써온 아이들 덕분에 박씨는 10만원가량을 기부할 수 있었다. 박씨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튀르키예에 꼭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 지역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수천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국내에서도 기관과 개인을 가리지 않고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돕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구호단체와 온라인 기부 플랫폼 등을 이용해 자발적으로 기부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의 디지털 모금 플랫폼인 ‘같이가치’에서 기부를 한 대학원생 신지은(25)씨는 “튀르키예 대지진 소식을 듣고, 충격만 받고 있기에는 마음이 너무 안 좋아 적은 돈이라도 기부에 나서게 됐다”며 “유럽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 나를 환대해줬던 튀르키예 친구가 생각나기도 한다”고 했다. ‘같이가치’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24만5000여명이 모두 5억1250만원가량을 후원했다.
8일 오후 4시께 시민 24만5000여명이 카카오의 디지털 모금 플랫폼인 ‘같이가치’에서 튀르키예·시리아 긴급모금에 참여했다. 이들이 모은 모금액은 약 5억1250만원에 달한다. ‘같이가치’ 화면 갈무리
현금이 아닌 현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물품으로 기부에 나서기도 한다.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은 전날 오후 공식 트위터 계정 등으로 현지에 겨울 의류·담요·손전등·생리대·식품 등과 같은 구호물품을 보내는 방법을 안내했다. 튀르키예 대사관 관계자는 “어떤 물품이 얼마나 도착했는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지속해서 기업이나 개인들로부터 문의 연락이 오고 있다”고 했다.
이날 대사관이 안내하는 방법으로 구호물품을 보낸 최은영(40)씨는 “뉴스를 보면서 너무나 허망하고 슬퍼 도와드릴 방법을 찾다가 대사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물품 기부 방법을 접하고 겨울용품을 모으기 시작했다”며 “어려운 상황에 강추위까지 덮쳐 추위에 떨고 있을 사람들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 작은 물품이지만 그들에게 꼭 도착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학 차원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가 있는 한국외대에서는 학교 차원의 모금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오종진 한국외대 교수(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는 “오늘 중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학생 교수 등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후원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대 총동창회는 이날 유홍림 신임 서울대 총장의 취임을 맞아 튀르키예 이재민에게 1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에 있는 튀르키예인과 인접 국가 사람들은 한국의 움직임에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상황이 점점 악화하는 만큼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2번 출구 인근 케밥집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인 직원 ㄱ씨는 “튀르키예는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문화권인 만큼 친구고 이웃”이라며 “어제 친구들 10명과 겨울옷과 신발을 모아서 총 7박스를 공항으로 보냈다”고 했다. 한국에서 4년 동안 살았다는 튀르키예인 ㄴ씨는 “수많은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서 친구들 10명과 모여 옷과 신발 등을 보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친구가 피해자들을 위해 도움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했다.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이 전날 공식 에스엔에스(SNS) 계정을 통해 공개한 구호 물품 기부 방법.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제공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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