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기억할게] 이태원 희생자 이야기 (20) 이주영
스물아홉의 문구류 디자인 회사 창업자, 가족과 연인 두고 하늘로
스물아홉의 문구류 디자인 회사 창업자, 가족과 연인 두고 하늘로
이주영(28)씨. 일러스트레이션 권민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은 우리가 지켰어야 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이 사라진 이후 가족의 삶은 어떠한지, 유가족이 알고 싶은 진실이 무엇인지 기록할 예정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줄 유가족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전자우편 bonge@hani.co.kr 또는 <한겨레21> 독자 소통 휴대전화(010-7510-2154).
1994년 여름, 서울 강동구 자택에서. 아기바구니에 담긴 이주영씨 옆에 오빠 이진우씨가 앉아 있다. 유가족 제공
매일 밤, 주영이 살아 있는 것처럼
2018년 여름,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떠난 이주영씨가 서핑하던 모습. 유가족 제공
“딱 1년만 슬퍼하고, 딸을 잊고 살아줬으면”
1998년 여름, 설악산 가족여행 때 찍은 엄마 최진희씨와 주영씨의 모습. 유가족 제공
연인과 웨딩드레스 구경하고 밤거리 거닌 게 잘못인가
주영의 연인이 쓴 편지 ‘주영이와 결혼해야 하는 이유’
1. 이쁘다. 그냥 얼굴이 이뻐서 아침에 눈뜨고 깼을 때 안아주고 싶다.
2. 착하다. 심성이 착해서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나쁜 짓을 할 심성이 아니다.
3. 똑똑하다. 나보다 똑똑하다. 지니어스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기억력도 좋고 아이큐가 높다.
4. 사람을 가려 만난다. 못되고 나쁜 친구가 없으며, 남들이 하는 말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으며, 크게 변하지 않는다.
5. 다재다능하며 꾸준히 자기계발을 한다. 못하는 게 없다. 요리, 디자인, 운전, 방탈출 게임 등 다 잘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무언가 꾸준히 배우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치지 않는다. 대리만족을 느낀다. 나는 딱히 여러 일을 잘하지 않고, 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드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이 충족된다. 정말 잘해보라고 응원하게 된다.
6. 취미가 같다. 캠핑을 좋아하며,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있어 참 좋다. 운동도 잘하고 좋아한다. 등산, 러닝을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승부사 기질이 있어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7. 민트초코(주영이 만든 문구류 캐릭터 이름)를 열심히 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도 성장시키기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디자인도 계속 고민한다. 책임감과 집념이 강하다. 무언가 할 때 대충 하지 않고 꼼꼼히 알아본다는 점에서 대견하고 본받을 만하다.
8. 믿고 신뢰할 사람이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준다. 어떤 일을 같이 하게 되면 ‘자기가 하겠다’ 하면 그냥 맡기고 따르면 된다. 계획적이어서, 여행 계획을 짜도 제대로 짜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다. 그냥 의지가 된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그냥 신뢰가 간다.
9. 사랑한다. 그냥 사랑한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진심이다.
10. 가치관이 비슷하다. 얘기를 주고받으면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 그래서 의견 대립이 크게 없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비슷하게 생각하며, 바라보는 시선이 같다. 화합하며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기타 30가지가 넘지만, 한번에 모든 걸 알려주면 재미없기 때문에 여기까지 해보겠다. 사랑해.
2. 착하다. 심성이 착해서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나쁜 짓을 할 심성이 아니다.
3. 똑똑하다. 나보다 똑똑하다. 지니어스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기억력도 좋고 아이큐가 높다.
4. 사람을 가려 만난다. 못되고 나쁜 친구가 없으며, 남들이 하는 말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으며, 크게 변하지 않는다.
5. 다재다능하며 꾸준히 자기계발을 한다. 못하는 게 없다. 요리, 디자인, 운전, 방탈출 게임 등 다 잘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무언가 꾸준히 배우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치지 않는다. 대리만족을 느낀다. 나는 딱히 여러 일을 잘하지 않고, 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드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이 충족된다. 정말 잘해보라고 응원하게 된다.
6. 취미가 같다. 캠핑을 좋아하며,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있어 참 좋다. 운동도 잘하고 좋아한다. 등산, 러닝을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승부사 기질이 있어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7. 민트초코(주영이 만든 문구류 캐릭터 이름)를 열심히 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도 성장시키기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디자인도 계속 고민한다. 책임감과 집념이 강하다. 무언가 할 때 대충 하지 않고 꼼꼼히 알아본다는 점에서 대견하고 본받을 만하다.
8. 믿고 신뢰할 사람이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준다. 어떤 일을 같이 하게 되면 ‘자기가 하겠다’ 하면 그냥 맡기고 따르면 된다. 계획적이어서, 여행 계획을 짜도 제대로 짜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다. 그냥 의지가 된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그냥 신뢰가 간다.
9. 사랑한다. 그냥 사랑한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진심이다.
10. 가치관이 비슷하다. 얘기를 주고받으면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 그래서 의견 대립이 크게 없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비슷하게 생각하며, 바라보는 시선이 같다. 화합하며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기타 30가지가 넘지만, 한번에 모든 걸 알려주면 재미없기 때문에 여기까지 해보겠다. 사랑해.
엄마 최진희씨의 일기
2022년 11월11일
너무 파란 하늘이, 너무 맑은 날씨가 날 서럽게 한다. 그 속에 네가 없음이 나를 분노하게 한다. 주영아. 사랑하는 내 딸아. 11월12일
오늘은 네 사무실에서 네 모든 작품을 정리하며 친구들에게 보내줄 선물을 정리했단다. 그 모든 걸 보면서 ‘정말 고생했겠구나’ 싶으면서도 대견스러웠다. 그 모든 게 너의 손끝에서 나오다니. 그립구나 주영아. 사랑하는 내 딸. 11월17일
거의 매일 술을 마시네. 마시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밤. 오늘도 네가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구나. 네 동영상을 보면 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웃고 떠들며 말하고 있구나. 너무나 이쁜 내 딸…. 11월20일
또 하루가 가는구나. 너에게 줄 꽃을 사서 가는 길 왜 자꾸 눈물만… 너무 갑자기, 너무 어린 나이에 유예 없이 맞닥뜨린 고통들. 오빠는 신은 없다고 하는구나. 허나 엄만 이 또한 신의 섭리이지 않을까 하다가도, 정말 너무 무심한 하늘이구나. 12월15일
그리운 내 딸아. 오늘은 눈이 펑펑 왔단다. 첫눈이 오면 넌 연인과 만나거나 밤새 통화를 했겠지. 오늘도 엄만 널 그리며 추운 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널 위한 국화도 샀단다. 잘 지내고 있니. 날이 너무 추워. 네가 있는 곳도 이리 추울까? 녹사평에 너와 친구들을 위한 분향소가 차려졌단다. 네 사진이 여름옷이라 아빠가 네가 추울까 너무 많이 울고 있더라. 2023년 1월11일
주영아 내일 청문회 마지막 날이네. 청문회가 아닌 공청회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우리 잘해볼게. 빌어주렴. 어제도 오늘도 널 보러 온 네 남자, 언젠가 놔주렴. 오늘도 널 그리워하는 엄마가.
너무 파란 하늘이, 너무 맑은 날씨가 날 서럽게 한다. 그 속에 네가 없음이 나를 분노하게 한다. 주영아. 사랑하는 내 딸아. 11월12일
오늘은 네 사무실에서 네 모든 작품을 정리하며 친구들에게 보내줄 선물을 정리했단다. 그 모든 걸 보면서 ‘정말 고생했겠구나’ 싶으면서도 대견스러웠다. 그 모든 게 너의 손끝에서 나오다니. 그립구나 주영아. 사랑하는 내 딸. 11월17일
거의 매일 술을 마시네. 마시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밤. 오늘도 네가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구나. 네 동영상을 보면 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웃고 떠들며 말하고 있구나. 너무나 이쁜 내 딸…. 11월20일
또 하루가 가는구나. 너에게 줄 꽃을 사서 가는 길 왜 자꾸 눈물만… 너무 갑자기, 너무 어린 나이에 유예 없이 맞닥뜨린 고통들. 오빠는 신은 없다고 하는구나. 허나 엄만 이 또한 신의 섭리이지 않을까 하다가도, 정말 너무 무심한 하늘이구나. 12월15일
그리운 내 딸아. 오늘은 눈이 펑펑 왔단다. 첫눈이 오면 넌 연인과 만나거나 밤새 통화를 했겠지. 오늘도 엄만 널 그리며 추운 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널 위한 국화도 샀단다. 잘 지내고 있니. 날이 너무 추워. 네가 있는 곳도 이리 추울까? 녹사평에 너와 친구들을 위한 분향소가 차려졌단다. 네 사진이 여름옷이라 아빠가 네가 추울까 너무 많이 울고 있더라. 2023년 1월11일
주영아 내일 청문회 마지막 날이네. 청문회가 아닌 공청회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우리 잘해볼게. 빌어주렴. 어제도 오늘도 널 보러 온 네 남자, 언젠가 놔주렴. 오늘도 널 그리워하는 엄마가.
연재미안해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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