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에 있는 일부 점포들은 문을 열지 않았다. 서혜미 기자
10일 오후 1시20분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 컵밥거리 점포에는 수험생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컵밥거리 점포 23개 가운데 절반 가량에 달하는 11개 점포의 문은 닫혀 있었고, 점포 맞은편 상가에는 ‘임대 문의’라는 글씨가 줄줄이 붙어있었다. 15년째 노량진에서 컵밥을 팔고 있는 하아무개(58)씨는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는데, 하루에 정말 많이 와야 70명 정도가 온다”고 하소연했다.
‘학원과 고시원의 메카’였던 노량진이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수험생이 줄면서 상권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재개발 사업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몰려 향후 유동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10일까지 세 차례 찾은 노량진 고시촌 일대의 모습은 다소 을씨년스러웠다. 학원과 스터디 카페, 음식점이 있는 상가 건물이 통째로 비어 있기도 했고, 만양로와 노량진로에서는 빈 상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노량진은 수험생들에게 원래 수능 ‘재수단과·재수종합’ 학원으로 이름을 떨친 곳이었다. 그러나 ‘인강(인터넷 강의)’이 대세가 되면서 비타에듀(한샘학원)·이투스·중앙학원·종로학원 등은 문을 닫고, 대성학원·메가스터디 등 소수 학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입학원의 빈 자리는 2010년대 초중반 무렵부터 공무원 시험 학원으로 채워졌다. 공단기·메가스터디·박문각·에듀윌·해커스 등의 학원들은 학령인구 구조를 따라 ‘공시생 시장’을 노린 것이다.
상가들이 문을 닫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일대의 한 건물. 서혜미 기자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이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공시생이 줄면서 학원도 타격을 피할 수 없어서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공시생이 줄고 (코로나19로) 한동안 대면 수업이 어려워서 5~6년 전과 비교하면 학원이 임차한 공간이 줄어들긴 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학령인구가 줄면 줄수록 시장 상황은 분명 좋지 않다”며 “학원업계는 코딩 교육과정을 개설하거나, 직장인 직무교육, 영·유아교육에 진출하는 등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는 겉으로 보이는 풍경과 달리 주택 임대차 시장은 활발하고, 앞으로 더더욱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제승 신화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공시생에게 노량진에는 여전히 스타 강사와 관리형 독서실 등 관리 체계가 있는 ‘공시의 메카’다. 지방에서 상경해 3개월∼1년을 노량진에서 거주하는 공시생들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며 “예전처럼 방에 화장실도 없는 고시원은 점차 사라지고, 개별 화장실과 주방 등 풀옵션 원룸이 신축되는 등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공시생뿐 아니라 종로·여의도·강서 방향으로 출퇴근하는 새내기 직장인들도 거주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노량진의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통째로 비어있는 건물은 역세권 청년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에 건물주가 상가들을 다 내보낸 것”이라며 “서울의 중간에 있는 노량진에 앞으로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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