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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도 피해 가지 못했다, ‘학생 감소’ 직격탄

등록 2023-02-13 08:00수정 2023-02-13 10:08

도봉고 일반고 첫 통폐합 결정
지난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고등학교 정문 모습. 박지영 기자
지난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고등학교 정문 모습. 박지영 기자

“아침, 점심, 저녁으로 드나드는 학생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폐교 결정 뒤 전학 등으로 학생이 줄어 매출이 반 토막 났어요. 결국 우리도 다음달 폐업해요.”

지난 9일 오후, 2024년 2월 폐교를 앞둔 서울 도봉구 도봉고등학교 정문 앞 한 편의점의 전아무개(50) 매니저는 매장 곳곳 텅 빈 진열장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도봉고는 서울 일반계 고등학교 중 최초로 지난해 8월 폐교가 결정됐다. 전씨는 “이곳 유동인구 대부분이 도봉고 학생들이었는데, 폐교 결정 이후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매출도 회복이 안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는 서울에도 들이닥쳤다. 입학생이 줄어들자 서울에서도 학교가 통폐합되는 등 지역에는 이미 만연된 학교 사라짐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도봉고는 지난해 입학생 수가 42명까지 줄어들면서 결국 통폐합을 하게 된 경우다. 2003년 개교 뒤 21년 만에 학교 문을 닫는 것이다. 12일 학교정보 공시 누리집인 학교알리미를 보면, 2020년 103명이었던 도봉고 신입생은 2021년 75명, 지난해 42명까지 줄어들었다. 올해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갔고, 올해 신입생도 없다. 도봉고 인근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고령화 속도가 첫번째(노령화지수 268%)와 네번째(225%)로 빠른 지역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은행사거리 모습. 박지영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은행사거리 모습. 박지영 기자

서울권의 학교 사라짐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도 초등학교에서 대학교 취학연령인 6살에서 21살 사이의 인구를 의미하는 학령인구가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18년 학령인구는 826만3천명에서 2022년 748만2천명까지 줄었고, 향후 10년간 195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학교 사라짐 현상은) 지역에선 계속 있어왔다. 지금까지 지속해서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들었고, 학급 수도 줄었다. 결국 학교 통폐합으로 이어진다”며 “학교 통폐합 흐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대형학원 지하에 위치한 ㄱ서점. ㄱ서점 사장 이아무개씨는 “최근 서점을 찾는 학생수가 줄어 서점에 설치된 책장 절반 정도는 항상 빈 상태로 남겨둔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대형학원 지하에 위치한 ㄱ서점. ㄱ서점 사장 이아무개씨는 “최근 서점을 찾는 학생수가 줄어 서점에 설치된 책장 절반 정도는 항상 빈 상태로 남겨둔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학교 주변 사교육 학원과 관련 상권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도봉고와 멀지 않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에서 18년 동안 수학학원을 운영해온 신택준(53)씨는 “7~8년 전 60명 정도였던 학생 수가 코로나 시기 50명으로 줄더니 지금은 30~40명 수준”이라고 했다. 중계동의 한 대형학원 건물 지하에서 100평(330㎡) 규모의 대형서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5)씨는 “전에는 교재 물건들로 책장을 꽉꽉 채워놨는데 지금은 엄두도 못 낸다. 코로나 때보다 매출 상황이 더 힘들어 350만원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기존 대형 종합학원들도 소규모 그룹식 독학학원 등으로 형태를 바꾸는 중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 수가 줄면서 학원들이 규모를 축소해 학교보다 더 밀착관리형으로 대형 강의 위주에서 소형 강의로 수준별 맞춤 수업을 제공하는 추세”라며 “학원들이 강의 자체 양을 줄이고 수강료를 올려 매출을 유지하려 한다”고 했다. 실제로 국세청 통계를 보면, 1인당 사교육비는 2012년 23만6천원에서 2021년 36만7천원으로 늘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은행사거리 모습. 박지영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은행사거리 모습.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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