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2019년 6월 불법 출금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막으려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별도 기소됐으나,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김학의 불법 출금 금지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기소됐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고위 간부의 수사외압을 재판에 넘겼던 사안이라 무죄 판결을 받은 검찰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검찰이 이 연구위원을 재판에 넘긴 뒤 사실상 공전했던 당시 법무·검찰 고위급 인사에 대한 수사 역시 당분간 수면 아래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15일 직권남용 혐의를 받은 이 연구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내용은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이 불거져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19년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하다 이규원 검사(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가 가짜 사건번호로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았다는 의혹을 발견했는데,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 연구위원이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팀 수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의 일원이었던 장준희 부산지검 부부장검사가 이같은 사실을 외부로 알리는 ‘공익신고’에 나섰고 이후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이날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의 행위만으로 수사 방해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의 외에도 당시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전화 연락, 법무부의 경위 파악 지시, 대검과 안양지청 사이 의사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수사 중단 결정 등이 경합되어 발생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반부패강력부장의 직권을 남용해 위법·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무·검찰 고위 인사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이상, 이 연구위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결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을 재판에 넘긴 뒤 당시 법무·검찰 고위층 인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공전 상태에 머물러 있다. 2021년 3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검찰로부터 이 사건을 이첩받았으나 ‘수사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그 해 5월 이성윤 연구위원만 재판에 넘기면서 일명 ‘소윤’으로 불리는 윤대진 전 검찰국장 등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윤 전 국장은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이규원 검사 수사를 하냐’며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수처가 사건을 살펴봤으나 ‘공익신고자’ 장준희 부부장검사가 공수처 출석을 거부하는 등 사유를 들어 지난달 윤 전 검찰국장·조국 당시 민정수석·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현재 사건은 수원지검이 들고 있는 상태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등이 ‘눈에 가시’처럼 여기던 이성윤 연구위원을 재판에 넘긴 뒤, 윤 전 국장 등에 대한 수사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왔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항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게 수사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 확실한 판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건을 묵힐 가능성이 높다”며 “윤 전 국장이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 어차피 수사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윤석열 정치 검찰’이 특정 세력이나 사익을 위해 수사하고 기소한 것이 아닌가 심히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검찰은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하고 수사를 부당하게 중단시킨 공직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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