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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건물주 방해로 권리금 회수 못했다면 손해배상” 첫 판결

등록 2023-02-17 13:47수정 2023-02-17 14:01

임대차 종료 다음날부터 지체책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상가 세입자가 건물주의 방해로 다른 세입자에게 가게를 넘기지 못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놓쳤다면 ‘임대차계약 종료일 바로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상가 세입자 ㄱ씨가 임대인 ㄴ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ㄱ씨에게 7100만여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ㄱ씨는 2019년 7월부터 ㄴ씨의 상가를 그해 12월까지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앞서 약 5년간 ㄱ씨의 가족이 이 자리에서 제과점을 운영했는데 임대차 계약을 일부 갱신한 것이다. ㄱ씨는 이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인 그해 10월 다른 세입자를 구해 권리금 계약을 맺고 ㄴ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ㄴ씨는 새 세입자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했다.

ㄱ씨는 열흘 뒤 또 다른 새 세입자를 찾아 권리금 총 1억1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ㄴ씨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ㄴ씨는 이번에도 ‘말씀 못 드렸는데, 이 집을 헐게 됐다’며 새 임대차계약을 거절하고 이듬해 1월 건물을 매각했다. ㄱ씨는 ㄴ씨의 방해로 권리금 회수기회를 놓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 때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세입자가 주선한 신규 세입자가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로 세입자가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ㄴ씨의 행위가 모두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는 ‘손해발생 시점’에 대한 판단은 각각 달랐다. 1심은 ㄴ씨가 새 세입자의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한 때로부터 계산했다. 반면 2심은 ㄱ씨가 새 세입자가 되려는 사람과 체결한 계약상 각 권리금 분할 지급(계약금·중도금·잔금) 약정일별로 액수를 나누어 지체책임이 순차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ㄴ씨가 ㄱ씨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한 것”이라며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그 손해배상 채무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에 이행기가 도래하고 ‘그다음 날’부터 지체책임이 생기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상가임대차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금의 회수기회’란 ‘임대차 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세입자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통해 창출한 재산적 가치를 신규 세입자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상가임대차법이 그 요건, 배상범위 및 소멸시효를 특별히 규정한 법정책임”라고 정의했다. 다만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에 따라 ㄴ씨의 손해배상액을 70% 제한한 원심 판단은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상가임대차법이 정하는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법적성질 및 그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대한 최초의 판시”라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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