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발달장애가 있더라도 성년후견이 발달장애인의 복리를 저해한다면 성년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4단독 박원철 판사는 발달장애인 ㄱ씨(23)의 어머니 ㄴ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ㄱ씨의 성년후견 종료를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성년후견 제도는 질병, 노령 등으로 사무 처리가 힘든 성인이 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을 지원 받는 제도다.
ㄱ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기 위해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총 224시간의 이론 및 실습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에 합격했지만 요양보호사 결격사유인 피성년후견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격증 발급을 거부당했다. ㄱ씨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에서 노인케어학과를 졸업한 후 데이케어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급여를 받고 있다.
ㄱ씨의 부모는 성년후견 종료를 청구하면서 “ㄱ씨에게는 취업이 도움이 되는데, 성년후견 개시가 ㄱ씨 앞길에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부모는 ㄱ씨가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당하자 학교폭력 등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할 목적으로 ㄱ씨에 대한 성년후견을 시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ㄱ씨에 사례가 “민법 제11조의 ‘성년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피후견인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후견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필요최소개입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ㄱ씨에 대한 성년후견은 피후견인의 복리를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또 젊은 성인인 ㄱ씨가 현재 부모 도움없이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하고 있고, 자립 여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성년후견이 개시됐다는 이유만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고 사회참여의 기회를 상실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