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은평구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열린 ‘함께도생, 작공살리기 프로젝트’ 후원의 밤 행사. ‘작공’ 대표 장보성(57) 선생님과 작공 학생들이 ‘나에게 작공은’ 순서를 진행하고 있다. 작공 제공
지난달 24일
석진(21·가명)을 다시 만났다.
지난해 대안교육기관 ‘작공’에서 <한겨레>와 함께 검정고시를 준비한 지 4개월여 만이다. 바라던 대로 올해 수도권 한 전문대학 카페베이커리학과에 입학한 석진은 이날 “대학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와 설렌다”면서도 “걱정이 크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인 그에게 유일한 공동체였던 작공이 존폐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면 저 같은 아이들이 더 오지 못할까 봐 걱정이네요. 작공이 있어 검정고시도 보고, 대학도 갈 수 있었는데….”
지난 2009년부터
14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학교 밖 청소년 등을 지원한 ‘작공’이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로부터 받았던 지원금이 끊기면서다. 지난해 관련 법 시행에 따라 대안교육기관 지원 업무가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육청으로 이관됐는데, 이 과정에서 생긴 ‘행정 공백’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1일 서울 은평구 대안교육기관 ‘작공’은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던 교사 인건비, 학생급식비, 수업료지원비, 임대료 등이 올해 1월부터 모두 끊겼다고 밝혔다. 작공 쪽은 “매달 후원금이 150만원가량 들어오지만, 공간 임대료만 175만원이다. 작공 교사들은 최저 인건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작공은 최소한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려고 지난 24일 후원의 밤 행사를 열기도 했다. 지역주민 정순애(61)씨는 “공부가 싫은 아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우리가 같이 돌봐야 한다고 시작한 것이 ‘작공’이었다”며 “아이들이 소외당하지 않고 공동체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서울 은평구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열린 ‘함께도생, 작공살리기 프로젝트’ 후원의 밤 행사. ‘작공’ 대표 장보성(57) 선생님이 발언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작공의 위기는 대한교육기관에 관한 법(대안교육기관법) 제정에 따른 ‘행정 공백’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법 시행으로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등록·운영·지원 등의 권한과 책임은 지자체에서 교육청으로 넘어갔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8월 대안교육기관 지원 근거였던 관련 조례를 폐지했다. 그러나 업무를 이관 받은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월에서야 지원 근거가 담긴 조례를 마련했다. 서울시의회는 대책 없이 조례를 폐지하고, 이에 교육청은 제도 마련을 위한 준비 기간이 부족해지면서 대안교육기관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에만 작공같은 대안교육기관이 40여곳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3월부터 입학지원금과 급식비 등을 지원하지만, 지방보조금법에 따라 교원인건비, 교육활동비는 5월에야 지급할 수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안교육기관들은 근본적으로 조례가 아닌 법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민기 서울대안교육협의회 이사장은 “농성을 해서라도 빠른 지원을 관철하고 싶지만, 법과 규정상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례가 아닌 대안교육기관법에 재정지원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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