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김숙경 소장이 2일 ‘공군 15비행단 성폭력 사건 관련 기자회견’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채윤태 기자
공군이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방역수칙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성폭력 가해자의 강요로 함께 억지로 놀이공원에 갔는데, 이 외출이 방역수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군인권센터 부설군성폭력상담소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은 피해자 ㄱ하사를 지시 불이행 건으로 조사해 지난해 9월21일자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5비 소속 ㄱ하사가 성폭력 가해자인 ㄴ(45)준위의 강요로 놀이공원에 방문했는데, 이것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위반한 외출이었다는 혐의(지시 불이행)다.
군인권센터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해 성폭력 가해자인 ㄴ준위는 ㄱ하사에게 “네가 같이 가지 않으면 ㄷ하사가 놀이공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니까 너도 가야 한다”고 강요했다. ㄴ하사는 “어쩔 수 없이 놀이공원에 따라갔다”고 상담소에 말했다. ㄴ준위는 ㄱ하사의 장기복무와 업무 배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급자다.
ㄴ준위는 이러한 사실을 두고 ㄱ하사를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9월30일 선고된 ㄴ준위의 판결문을 보면, ㄴ준위는 ㄱ하사의 성폭력 신고를 막기 위해 “놀이공원에 갔다온 지침 어긴 것 등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협박했다. ㄱ하사는 법원의 판결 등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서를 징계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징계위원회는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ㄱ하사는 ㄱ준위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해 지난해 4월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했다. ㄴ준위는 지난해 1∼4월 ㄱ하사의 신체 부위를 여러 차례 만지고, 코로나19에 확진된 남자 하사의 집에 억지로 데려가는 등 지속해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군인등강제추행·보복협박)로 지난해 9월30일 제2지역 군사법원 제1재판부(재판장 장준홍 대령)으로부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군사경찰은 피해자인 ㄱ하사도 코로나19 확진자인 남자 하사의 집에 들어갔다는 등의 이유로 ㄱ하사에게 주거침입과 근무기피 목적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군 검찰에 송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2차 사건 수사 자체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준 것”이라며 국방부에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직권 이전해 재수사하고 그 과정을 철저히 감독하라고 권고했다.
국방부는 끝내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을 이전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이미 2차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공군참모총장에게 지시했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회신했다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ㄱ하사에 대한 기소 여부는 이달 초 결정될 예정이다.
군인권센터는 “공군이 조직적으로 같은 수법을 이용해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다”며 “국방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보복을 저지르고 있는 공군에게 2차 사건 처리를 맡기는 조처를 했다”고 지적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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