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진행한 ‘웹툰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전 노동 수준 실태조사’ 발표·토론회가 진행됐다. 박지영 기자
웹툰작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 이슈가 된 가운데, 이들이 하루 평균 10시간 주당 평균 51시간씩 고강도·장시간 노동을 하고 10명 중 2명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7일 이수진·류호정 의원실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전국여성노동조합디지털콘텐츠장작노동자지회, 웹툰작가노동조합서울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전 노동 수준 실태조사’ 발표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민지희 한양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임의 등 의료진 5명이 연구진으로 참여한 이번 조사는 웹툰작가 15명의 심층 면접에 더해, 최근 1년간 5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전업 작가 3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웹툰작가들은 하루 평균 9.9시간, 마감 전날의 경우 하루 평균 11.8시간 노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평균 근무 일수는 5.7일,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51시간에 달했다. 설문에 참여한 웹툰작가 10명 중 6명(64.4%)은 ‘근무 시간이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꼴로 육체적 지침(29.4%)과 정신적 지침(31.6%)이 ‘항상 있다’고 했다.
또한 웹툰 플랫폼 기업과 작가들은 불평등한 계약 관계라 ‘비밀유지 조항’ 등 기업이 제시하는 불공정한 계약 조건과 지시를 거부하기 힘들며, 유급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를 보면, 작가들은 평균 68.3컷을 요구받는데, 절반가량의 작가들은 휴재가 불가능(47.1%)하고 연재 주기 조정도 불가능(67.4%)하다고 답했다.
고강도·장시간 노동과 ‘쉴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 탓에 웹툰작가들의 건강권 침해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문제가 있지만 참고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0.7%에 달했다. 우울증(28.7%)과 불면증(28.2%)을 경험한 작가들도 상당수였다. 응답자의 17.3%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8.5%는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비율도 4%였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에 사용자 책임을 부여하고,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작가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하고 공정한 보상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21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대표 발의한 ‘플랫폼종사자 보호 지원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해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상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이에 대한 증명은 플랫폼 사업자가 해야 한다’는 규정이 법안의 핵심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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