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불법 증축된 해밀톤호텔 주점 테라스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해밀톤호텔의 불법건축물 사례가 논란인 가운데, 불법건축물 철거 명령을 따르지 않는 건물주에게 이행강제금을 2배 늘려 물린다는 서울시 계획이 가로막혔다. 시의회가 ‘주거 취약계층 보호’를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이다. 해밀톤호텔의 경우처럼 건물주들이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틴다는 지적에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의외의 벽을 맞닥뜨렸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횟수를 ‘연 2회’로 명시한 서울시 건축 조례 개정안을 상정·심사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가 지난 1월19일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달 8일까지 의견을 받았는데, 500여건에 이르는 반대 의견이 쏟아진 탓이다. “이행강제금을 올리면 임대료가 올라 저렴한 위법 건축물에 거주하는 서민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등의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현장에선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말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이행강제금이 올라도 어차피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긴 쉽지 않다”며 “작고 불편한 방이 싸지도 않으면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소방시설 등 안전 기준을 못 맞추는 ‘쪼개기 방’ 등 불법건축물을 방치하는 것으로 정작 득을 보는 것은 건물주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쪽방, 방 쪼개기 등 불법건축물로 많은 건물주가 이익을 얻고 있다. 이런 ‘빈곤 비즈니스’를 방치하는 것이 서민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양산한다.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가 부동산 관계자는 “방 쪼개기 원룸은 세입자에게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을 거는 경우가 많아 단속도 잘 안된다”며 “이행강제금을 2~4배로 높여도 방 쪼개기로 얻는 임대료 수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좀 더 강력한 불법건축물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현행 불법건축물 실태조사 시행을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남근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은 “이행강제금 제도의 취지는 빨리 자진 철거하라는 의미다. 오랜 시간 자진 철거하지 않은 불법건축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단속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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