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국제무역학과 재학생 아이쉐눌 투란알프. 투란알프 제공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3학년 아이셰누르 투란알프(25)는 지난 8일 학교에서 ‘특별재해장학기금’으로 준 장학금 100만원 전액을 “튀르키예 지진피해 복구에 써달라”며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에 기부했다.
건국대는 재학생 중 수해나 홍수 등 재난 피해를 겪은 이들이 상심하지 않고 학업에 전념하기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특별재해장학기금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강원·경북 지역 산불 피해 학생들이 선정됐다. 올해는 지난달 사상 최악의 지진피해를 겪은 튀르키예를 위해 본교 튀르키예 유학생 4명에게 각각 100만원씩 제공하기로 했다.
투란알프는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교에서 장학금을 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애초에 내 돈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우리(튀르키예)를 위해 준 것으로 이해했다”며 “직접 구호 물품을 구매해 전달하는 것보다는 돈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투란알프는 2017년에 한국에 처음 들어와 1년6개월간 어학당을 다닌 뒤, 2020년 8월 가을학기 지금의 학교로 입학했다. 한국말도 익숙해지면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던 차에 지난달 튀르키예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투란알프는 학업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다.
“지진이 발생한 뒤 매일 뉴스만 보고 그때 열심히 준비했던 자격증 시험도 취소하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가족 걱정도 되고, 튀르키예에서는 매일 고통이 이어지는데 이렇게 유학 생활하는 게 맞는지 계속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투란알프는 경찰인 자신의 오빠가 지진피해 현장에서 직접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괴로웠다고 전했다. 진앙인 튀르키예 동남쪽 인근에 거주했던 투란알프의 이모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집을 잃어 현재 임시 거처에서 지낸다.
투란알프는 “포기하지 말라”는 가족의 응원으로 다시 학업에 매진하기로 했다. 이후 장학금을 보내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학생인 저한테 100만원이란 돈은 적지 않지만, 그래도 스스로 용돈도 벌고 있어서 생활하는 데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투란알프는 한국이 튀르키예에 보내준 도움의 손길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투란알프는 “정말 이렇게나 많은 구호 물품이 한국에서 모일 거라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앞으로 고마운 한국에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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