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가해자의 요청에 따라 현장을 이탈했다가 2차 폭행이 발생한 일에 대한 책임으로,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부장판사는 폭행 사건 피해자 ㄱ씨가 가해자 ㄴ씨 등 3명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ㄴ씨 등 3명은 ㄱ씨에게 2300여만원을 지급하고, 국가는 이 가운데 984만여원을 ㄴ씨 등 3명과 함께 부담하라”고 했다.
ㄱ씨는 2019년 5월17일 새벽 5시께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인근 자영업자 ㄴ씨 등 3명에게 폭행을 당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관 5명이 현장에 출동해 이들을 분리시켰지만 ‘잠시 ㄱ씨와 대화할 수 있게 자리를 비켜달라’는 ㄴ씨 등의 요청을 받고 현장에서 벗어났다.
이후 폭행이 계속됐고 ㄱ씨는 골절 등 약 7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ㄴ씨 등은 이 일로 ㄱ씨에게 합의금과 치료비로 1550만원을 지급했고, 형사 재판에서 벌금형 혹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ㄱ씨는 ㄴ씨 등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찰관들에게도 과실이 있다며 국가에도 배상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상 과실로 인해 ㄱ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현장을 떠난 사이 ㄱ씨에 대한 ㄴ씨 등의 2차 폭력행사가 있었고 미흡한 현장 조치에 대해 경찰관 2명이 징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 ㄴ씨 등은 경찰관이 현장에 있음에도 수시로 ㄱ씨에게 접근해 2차적인 위해를 할 우려가 있는 행동을 계속하고 경찰관의 지시에 불응하기도 했다”면서 “경찰관들이 현장을 이탈할 당시 원고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거나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관들이 과실로 ㄱ씨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했지만 고의로 범죄행위에 가담한 ㄴ씨 등과 대등한 책임을 부과할 수는 없다며 책임 비율을 전체의 40%로 제한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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