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입양된 ㄱ씨(왼쪽에서 세번째)가 유전자 채취·분석을 통해 42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 왼쪽부터 서민호 여주경찰서 경사, 남우철 여주경찰서장, ㄱ씨, 이영원 경찰청 아동청소년과 실종정책계 경감, 하늘 아동권리보장원 주임. 경찰청 제공
42년 전인 1981년 1월 수원버스터미널에서 실종됐던 ㄱ(46)씨. 당시 네살이었던 ㄱ씨는 이후 가족을 찾지 못하고 독일로 입양됐다. ㄱ씨는 가족을 찾고 싶은 마음에 성인이 된 뒤인 2009년 한국을 찾았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그의 유전자를 채취했지만, 유전자가 일치하는 가족을 찾을 수 없었고 ㄱ씨는 독일로 돌아갔다.
그러다 지난해 6월 ㄱ씨 어머니인 ㄴ(67)씨가 “헤어진 아들을 찾고 싶다”며 경기 여주경찰서를 방문했다. 이때 채취한 유전자가 열쇠가 됐다. 다음달 두 사람의 유전자 간 친자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확한 친자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2차 유전자 정밀 분석이 필요했다. 독일에 거주 중인 ㄱ씨의 유전자를 다시 채취해 분석해야 했다. ㄱ씨가 한국에 다시 입국해야 했지만, 경찰청·외교부·아동권리보장원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운영하는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로 지난해 11월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이 ㄱ씨의 유전자를 채취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두 사람의 친자관계가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로 최종 확인됐다.
ㄱ씨가 최근 국내에 입국하면서 42년 만의 상봉이 성사됐다. ㄱ씨는 16일 ㄴ씨가 운영하는 여주에 있는 식당에서 ㄴ씨와 형인 ㄷ(48)씨를 만나며 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ㄱ씨는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것은 큰 축복이다. 마침내 나의 과거와 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ㄴ씨도 “둘째 아들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 등록 덕분에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감격했다.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 재외공간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입양인의 친자관계를 확인하게 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찰은 장기실종아동 발견을 위해 유전자검사 고도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더 많은 해외 입양 동포들이 현지 재외공관을 통해 친부모 등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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