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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범죄자 정보 보고 이사했는데…어느 밤, 남성이 창을 열었다

등록 2023-03-17 06:00수정 2023-03-17 10:44

성범죄자 알림 대상서 빠진 ‘여성1인가구’
전문가 “고지 대상 확대하는 법 개정 필요”

올해 초 새벽 1시께, 오영지(가명·30대)씨는 자려고 누웠다가 깜짝 놀랐다. 침대 맞은편 이중창이 조금씩 열리더니, 플래시를 든 한 남성이 창문 안으로 몸을 밀어 넣고 있었다. 영지씨가 비명을 지르자, 남성은 급하게 도주했다. 창문 틈 사이에 장애물이 있어 창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경찰에 신고한 뒤 영지씨는 경찰에게서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용의자는 같은 건물에 사는 주민이고, 성범죄 전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10여년간 홀로 생활하며, 삶터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경을 써 왔던 영지씨는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16일 〈한겨레〉에 “파출소 등이 가까이에 있는지 파악하고, ‘성범죄자 알림e’ 앱에서 집 근처에 성범죄자가 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집을 계약했다. 그런데 용의자는 내가 이사한 뒤에 이사를 왔더라. 내가 ‘살아남았다’라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고 말했다. 영지씨는 경찰 신고 뒤 필요한 짐만 챙겨 부모님 집에 몇 주째 머물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일 성범죄자 신상고지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내용으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렸다.

현재 법원에서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의 이름·나이·사진·신체정보·주소 등의 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앱과 누리집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성범죄자가 전·출입할 때, 행정동의 19살 미만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는 세대주, 아동·청소년 시설 기관장 등에게 우편이나 모바일로 전·출입 사실과 신상정보를 알린다. 영지씨같은 여성 1인 가구는 이런 알림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성범죄자 알림e’ 앱을 수시로 확인해야만 성범죄자가 주변으로 이사 온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성폭력 위험률이 높은 여성 1인 가구에도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정책연구원은 2020년 발간한 ‘신상정보등록 및 공개제도의 실효성 평가연구’ 보고서를 통해 “성범죄 피해로부터 취약하고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높은 집단인 미혼 여성이 우편고지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며 “미혼 여성 혹은 여성 1인 가구로 우편고지 대상을 확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 수는 358만2천가구(2021년 기준)로, 전체 1인 가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여성 청년 1인 가구는 남성 청년 1인 가구에 견줘 주거침입 피해를 볼 가능성이 11.22배나 높다.(2017. 형사정책연구원)

영지씨는 “집에 가고 싶지만 보복범죄가 두려워 못 가고 있다. 보증금을 바로 돌려받기 어려워 이른 시일 안에 이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전을 위해 꼭 성범죄자 신상정보 고지 제도를 여성 1인가구와 고령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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