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27)씨가 29일 저녁 석방됐다. 석방 직후 전씨는 5·18 민주화 운동 유가족과 피해자를 만나겠다며 광주로 향했다.
전씨는 이날 저녁 7시55분께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진행한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석방됐다. 전날 아침 6시께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 38시간 만이다. 경찰은 앞서 전씨가 에스엔에스(SNS)에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 사실을 밝히고,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마약으로 보이는 물질을 복용한 점을 토대로 입건했다. 경찰은 전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자진 귀국한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전씨는 석방 후 기자들에게 “(경찰 조사에서) 대마초와 DMT(디메틸트립타민) 등 투약한 모든 마약 종류를 밝혔다”고 했다. 다만 간이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음성으로 나왔다”며 “자세한 검사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전씨는 아버지 등 가족들과 따로 연락하지 않았으며 당분간 만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봉사활동 하면서 교회 단체에서 뵀던 좋은 분들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했다”고 밝혔다. 비자금 은닉 의혹과 관련된 추가 폭로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새로운 단서는 저희 가족들이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생각한다”며 “웬만하면 죄를 숨기려 할 것이기 때문에 저라도 대신 (광주에 가서) 가서 사죄드릴 계획이다. 저 같은 죄인을 받아주시는 광주시민 여러분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석방된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27)씨가 29일 저녁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이남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이 전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전씨는 석방 현장에 나와 있던 5·18민주화운동 공로자회와 부상자회 등 단체 관계자들과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 등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남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전씨에게 “5·18 피해자들은 용기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부상자회, 유족회를 대표해서 격하게 환영한다”며 “5·18 영령들에게 당당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5·18 진상 규명과 5·18 정신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했다. 5·18 단체 관계자들은 전씨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전태삼씨는 전씨의 손을 잡으며 “연희동(전두환 일가)에서 지나간 잘못을 참회하고 뉘우치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기를 고대했다. 이렇게 전우원씨가 잘못된 것을 고치겠다고 해서 격려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응원하고 함께할 것이니 역사를 바로 세우고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전씨는 “유가족분들 마음이 풀리실 만큼 계속 연락드리고 싶다”며 “연락 받아주실 때 감사히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찾아뵐 것”이라고 했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마친 전씨는 사전에 광주에 함께 가기로 한 <에스비에스(SBS)> ‘궁금한 이야기 와이(Y)’ 제작진의 차량을 타고 광주로 떠났다.
전씨는 지난 14일부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전두환씨 일가가 은닉한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하고 범죄 등을 저지르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자신의 지인들을 지목하며 마약 투약과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씨의 주장과 관련해 국내에 있는 2명을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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