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제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주택용 전기 사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는 아닐지라도 부당한 요금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0일 ㄱ씨 등이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ㄱ씨 등은 2014년 한전 약관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주택용 전기 사용자는 누진제 때문에 전기요금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사용량에 비해 과도한 전기요금으로 손해를 입는데 한전은 과도한 전기요금으로 이익을 얻어 부당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또한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 등에게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부당하다고도 했다. 전기사업법이 전기사용자 이익을 보호하게 규정하는데 한전 약관이 대다수 국민 이익을 보호하지 못해 위법한 주장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3년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에너지 절약 필요성이 제기돼 1974년 도입됐다.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 전기에는 적용되지 않아 ‘차별’ 논란이 이어졌다.
하급심은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전체 전력판매량 가운데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14% 상당이지만 그 수입은 17.52%라 판매량에 비해 판매수입이 높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그런 사실만으로 한전이 주택용 전력 판매로 적정원가 이상 수익을 얻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2심은 주택용 전력에 누진제를 적용한 것은 합리적 이유에 근거했기에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고 봤다. 고압으로 전력을 공급해 주택용 전력보다 공급비용이 낮은 산업용 전력과 달리 주택용 전력은 공급대상자가 많아 배전비용 등이 높다는 점을 합리적 이유로 들었다. 주택용 전력을 쓰는 이들의 일상이 일정해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등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누진제가 가장 적합한 요금 방식으로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전기수요의 효율적 관리’를 꾀하는 전기사업법 취지에 반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한 전기위원회 등 주택용 전력을 사용하는 이들의 의견이 전기요금을 정하는 과정에 반영될 길도 열려 있어 한전이 약관 내용을 일방 작성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주택용 전기사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전기요금이라 보기 미흡한 점”이 있지만 나름의 감독·통제 절차를 갖춰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은 아니라고 보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정책에 따라 시간대별·계절별 차등요금제 등 다양한 방식의 전기요금제가 누진제와 함께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며 “원심이 주택용 전력에 시간대별·계절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단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