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앞서 서울북부지검 청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브이(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를 일부러 감점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영장이 30일 기각됐다. 법원은 특히 “주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는데, 검찰이 핵심 의혹을 충분히 입증한지 못한 채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감사원 감사 등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앞서 24일 서울북부지검은 한 위원장이 2020년 방통위의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고의로 점수를 낮추는 데 개입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당일 한 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힌 영장 내용을 보면, 한 위원장은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고 <티브이조선>에 비판적인 특정 인물을 심사위원으로 선임했으며, 재승인 점수가 조작된 것을 알고도 다른 상임위원에게 알리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승인 기간이 4년까지 가능하지만 3년만 부여하도록 하는 안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의 주장과 달리 한 위원장은 모두 적법한 절차였다고 반박한다. 심사위원 중 한명이 심사위원회 구성 후 불참을 통보해 그와 같은 단체 출신 인물을 심사위원으로 추천했을 뿐이며, 3년의 재승인 기간 부여도 방통위 전체 회의 토론을 거친 것이어서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혹의 몸통이었던 점수조작 개입 혐의에 대해선 “적극적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받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한 위원장의 이런 설명 상당 부분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승인 심사 점수를 고의로 수정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가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구속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향후 수사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단체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규탄하며, 향후 한 위원장 해임 등으로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은 “검찰은 기소를 강행할 것이며, 윤석열 정권은 이를 빌미로 임기가 보장된 합의제 기구의 수장인 방통위원장 해임을 통해 방송 장악의 수순을 이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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