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아침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 식당에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키오스크에서 식권을 구입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지난 29일 아침 8시 ‘천원의 아침밥’이 제공되는 서울 고려대 학생회관 지하 1층 식당. 아침밥을 먹으려는 학생 70여명이 출입구부터 식당 벽 3면을 둘러싼채 줄을 서 있었다. 키오스크와 직원 1명이 발급하는 식권 속도로는 아침밥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30분 넘도록 줄이 쉽게 줄지 않았다. 재학생 김상언(24)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11시까지 굶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이젠 부담 없이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어 몸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0여분을 기다린 끝에 동그랑땡과 닭계장이 담긴 식판을 들고 앉아 ‘건강한 아침’을 열기 시작했다.
고물가 파고 속에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지원은 한정적이어서,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지방대학은 건강하고 값싼 ‘가성비 아침밥’조차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아침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 식당에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고병찬 기자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대학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17년 처음 시행된 이 사업은 애초 대학생들의 아침 식사 결식률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최근 한 끼 ‘1만원’ 수준으로 물가가 오르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전국 41개 대학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사업 시행 첫주 5일간 하루 평균 822명의 학생이 ‘천원의 아침밥’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호응에 다른 대학들도 ‘천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를 고려 중이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권에서는 건국대·세종대·한양대·덕성여대 등이 사업에 참여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청주대·원광대 등 지방대학들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원규모를 기존 7억7800만원에서 15억8800만원으로 두배가량 늘리고, 4월 중 신규 참여 대학을 모집 공고할 계획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이 지난해 9월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학식 가격 인상 반대 및 천원의 아침밥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재정 사정이 어려운 지방대학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업을 시작할 경우 학생과 정부가 지원하는 2000원 외 비용은 대학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아침밥 사업이 화제라 학생 복지 차원에서 참여를 고려하고 있지만, 물가가 오른 탓에 한 끼 단가가 4000원이 넘는다고 한다. 결국 나머지 비용은 대학이 감당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각 대학의 예산 사정을 고려해 정부가 예산 지원을 확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대학 조리 노동자들의 일감은 대폭 늘어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려대 학생회관 식당에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 ㄱ씨는 “비정규직 인력이 충원되긴 했지만 (여전히) 일손이 바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창수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은 “대부분 대학에서 코로나19 시기 줄어든 인력은 보충되지 않고 ‘천원의 아침밥’ 등으로 이용 학생은 늘어나 안전사고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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