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국군기무사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서부지검은 31일 오전 조 전 사령관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정치관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핵심 의혹인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내란예비·음모 혐의는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5년 이상 해외로 도피한 적이 있으며, 형량이 무거운 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정치관여)도 있다.
이번 구속영장에는 적시되지 않았지만,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둔 2017년 2월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를 대비해 불법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실행준비를 주도한 혐의(내란예비·음모 등)를 받고 있다. 이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군 병력을 동원해 계엄군을 구성해 입법·사법·행정을 관장하고, 계엄 사범을 색출하고, 언론 검열을 하는 등의 구체적 계획이 담겨있다. 검찰은 이러한 계획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실행을 염두한 계획인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계엄령 문건 작성 경위와 목적, 실행 준비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지난 29일 서울서부지검은 해외로 도주한 지 5년여만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을 체포했다. 그는 체포 뒤 “계엄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계엄문건의 본질이 규명되고,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전 사령관 사건을 수사했던 민군 합동수사단(합수단)은 그가 국외로 도주했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한 바 있다.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조 전 사령관은 여권 무효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등의 조처에도 귀국하지 않다가 지난해 9월 현지 변호인을 통해 입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계엄령 문건 사건은 2018년 7월 처음 세상에 알려졌지만,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하지 못한 합수단은 그해 11월 계엄 문건의 목적과 지시자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조 전 사령관과 내란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는 박 전 대통령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을 참고인 중지 처분하고 조 전 사령관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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