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사찰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한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찰 관계자는 남성이 작년부터 여성에게 수차례 만남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경찰도 스토킹 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31일 살인 혐의로 ㄱ(72)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ㄱ씨는 이날 새벽 5시26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에 있는 한 사찰 식당에서 여성 ㄴ(65)씨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ㄱ씨는 범행 직후 “사람을 죽였다”고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고, 경찰은 범행 14분 만인 새벽 5시40분 ㄱ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ㄱ씨는 경찰에 “4년간 절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ㄴ씨가 자신을 구박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ㄱ씨는 지난해부터 ㄴ씨에게 수차례 만남을 요구하고, 며칠 전부턴 동네 이웃에게 “ㄴ씨를 흉기로 죽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학림사 관계자는 “ㄱ씨는 수년 전부터 이 절에 다니면서 식당 주방장이자 사찰 사무 일을 하는 ㄴ씨를 알게 됐다”며 “작년부터 ㄱ씨의 집착이 심해져 사찰 차원에서 학림사에 접근하지 말라는 각서까지 썼지만, 계속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ㄱ씨는 ㄴ씨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수십 년 경력의 경찰이었고, 사찰 인근에 땅과 모텔 3개를 소유하고 있다는 등의 거짓말까지 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 범죄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두 사람의 관계와 구체적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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