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는 경기 성남시에 있는 테니스장에 온라인 예약과 시간 제한을 두는 회차제를 도입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코로나19 이후 테니스를 즐기는 시민이 늘어서 다른 시·도는 주민 편의를 위해 클럽들의 반대에도 대관 취소 및 회차제와 온라인 도입을 해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며 “성남시는 다수의 시민 민원과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직원 요구에도 누구의 눈치를 보기에 아직도 온라인 도입을 못 하는 것이냐”고 했다. 3일 오후 기준 동의자 수는 109명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외에서 테니스를 배우는 사람이 늘자, 이용료가 1∼2만원대로 저렴한 공공 테니스장을 먼저 예약하기 위한 동호인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장 접수로 예약하는 테니스장은 주말 시간대 이용을 선점하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는가 하면, 온라인 예약 방식의 경우 매크로(자동입력) 프로그램이 암암리에 사용되기도 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테니스를 배워 현재는 실외에서 주 1회 이상 테니스를 하는 조아무개(35)씨는 올해 들어 부쩍 테니스장을 예약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느낀다. 조씨는 “배우자와 함께 칠 수 있는 시간대인 평일 밤이나 주말 시간대는 (공공 테니스장 예약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테니스 동호인들이 10만명 이상 모인 포털의 한 카페에서는 최근 일주일 동안 “날씨가 따뜻해지니 (야외) 테니스 코트 예약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내용의 글이 하루에 2∼3건씩 올라오고 있다. 회원들은 “테니스 인구가 많아져서 갈수록 코트 구하기가 치열하다”라고 댓글을 달거나 “테니스 배우려면 손가락 클릭 운동부터 해야 하나 보다”라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테니스 인구를 공식 추산한 통계는 없지만, 지자체에 등록된 동호회·학교운동부 등 테니스 스포츠클럽의 증가세로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지자체에 등록된 테니스 스포츠클럽은 333개에서 이듬해 852개로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등록된 모임 소속이 아니라 삼삼오오 모여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은 더 많다. 관련 업계는 테니스 인구가 5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폭증한 수요에 견줘 공공 테니스장 공급은 이를 쫓아가지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공공체육시설 현황’을 보면, 전국 테니스장은 2019년 말 818곳(3919면)에서 2021년 말엔 856곳(4039면)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트 하나당 길이 약 24m, 너비 약 8~10m의 공간이 필요한 탓에 새 시설이 쉽게 생기기 어렵다.
테니스장 예약이 어려워지자 ‘암시장’도 형성됐다. 포털 사이트나 유튜브 등에서는 테니스장 예약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한다거나, 수수료를 내면 예약해주겠다는 대행업체의 홍보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테니스장은 누리집에 “코트 예약 시 불법 매크로 이용으로 판단할 경우 예약 취소 및 관련 법에 의해 법적 조처를 할 예정이며, 적발 시 테니스장 영구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을 공지하기도 한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