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우린 장애인 친구가 좋은데, 어른이 더 미워하는 것 같아요”

등록 2023-04-04 07:00수정 2023-04-04 11:43

송파구 남천초등학교 4학년1반
‘맘강사’ 장애인 인식교육 참관
30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 남천초등학교 4학년 1반에서 열린 장애인식교육에서 한 학생이 맘강사 김보람씨의 질문에 답하려고 손을 들고 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30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 남천초등학교 4학년 1반에서 열린 장애인식교육에서 한 학생이 맘강사 김보람씨의 질문에 답하려고 손을 들고 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콜라병에는 점자로 ‘탄산’이라고만 적혀있어요.”

지난 30일 오전 11시10분께 서울 송파구 마천동 남천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 강민석(가명·11)군이 말했다. 마침 송파장애인가족지원센터 ‘맘강사’ 김보람(42)씨가 학생들에게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중이었다. 김씨가 답했다. “맞아요. 주스도 ‘포도맛’, ‘오렌지맛’이라 점자로 적혀있지 않아요. 그냥 ‘주스’라고만 적혀있다고 해요.” 민석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 시각장애인은 무슨 맛 음료인지 모르잖아요. (점자에)더 자세한 정보가 담겨야 할 것 같아요.” 이상진(가명·11)군은 “지폐에도 점자가 있다는데,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라며 지폐에 병기된 점자의 문제를 지적했다. 두 학생이 언급한 점자의 문제는 시각장애인들이 줄곧 지적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음료수 병에는 점자로 ‘탄산’, ‘주스’ 등만 표기돼 있다.

이날 수업은 ‘틀림이 아닌 다른 우리!’란 주제의 장애인 인식 교육이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이 장애인 교육을 신청하면 송파구청이 맘강사를 파견해 진행한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 중 장애 인식개선 교육을 수료한 이들이 맘강사로 활동 중이다.

김씨는 12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엄마다. 그동안 경력이 단절된 채 아이를 키우다가, 지난해 3월부터 맘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아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장애인 교육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뒤, 2021년부터 1년간 강사를 준비해왔다. 김씨는 “내가 없을 때 우리 아이와 함께 살 이웃은 또래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서 학생들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수업에 참여했다. 김씨가 장애인의 ‘이동권’이 장애물에 의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한 강의 자료를 들고서 “여기 보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장애물이 놓여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는 과속방지턱 모양의 장애물이 스티커로 붙어 있었다. 강민우(가명·11)군은 장애물 스티커를 뜯으면서 “장애물을 치우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맞아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건 장애인 때문이 아니죠. 장애물 때문인 거예요”라고 화답했다.

이 학급에는 청각장애인 친구가 있다. 40분간의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은 이 친구를 떠올렸다. 문민서(가명·11)양은 “(장애인 친구랑) 술래잡기를 하고 싶은데, 많이 못 해서 아쉬워요. 내년에도 같은 반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민석군은 “우리는 장애인 친구를 좋아하는데, 어른들이 더 미워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익명으로 작성하는 수업 후기에 ‘장애의 벽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다’ 등의 글을 적어냈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 남천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의 장애인식교육 익명 후기.
서울 송파구 마천동 남천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의 장애인식교육 익명 후기.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