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아무개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아무개씨 부부가 주범 이경우(36)씨의 청부살해 계획을 받아들이고 착수금 등 7천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오후 수서경찰서는 수사 브리핑을 열고 “주범 이씨가 유아무개·황아무개 부부에게 피해자 ㄱ씨와 ㄱ씨 남편의 납치·살인을 제안했고, 부부가 이에 동의해 지난해 9월 착수금 2천만원 등 총 7천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3명이 피해자 ㄱ씨를 살해하기 위해 공모했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정황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두 차례에 걸쳐 7천만을 받은 뒤 공범 황대한에게 현금 500만원 등 총 1320여만원을 지급하며 “피해자 납치 후 코인을 빼앗고, 부부한테 코인 세탁을 부탁해보자”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씨가 범행을 위한 마취용 주사기 등을 준비했고, 황씨는 대포폰을 구하고 공범 연씨와 중도 이탈한 20대 이아무개씨 등을 섭외했다.
경찰은 ‘행동팀’인 황씨와 연씨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6분께 귀가하는 ㄱ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ㄱ씨의 휴대전화 4대와 현금 50만원이 든 가방을 경기도 용인에서 이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튿날 오전 2시30분께 대전시 대청댐 인근에 도착한 이들은 코인 계좌 비밀번호를 알아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같은 시각 이씨는 경기도 용인시 한 호텔에서 유씨와 만나 피해자에게 코인이 없다고 판단했고, 이후 애초 계획대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매장한 것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8일 구속된 남편 유씨에 이어 아내 황씨에게도 살인 교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유씨·황씨 부부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부인 황씨 구속 여부를 보고 부부의 신상 공개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에 이용된 마취제 등을 제공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이씨의 아내도 입건했다. 이 사건 피의자는 총 7명으로 늘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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