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의 유튜브 강연 장면. 유튜브 갈무리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폐회로텔레비전(CCTV) 분석 결과, 천공의 출입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촬영된 지 1년이 지나 복구된 영상 일부가 흐릿한 데다, 영상이 복구되지 않은 시간대도 있다는 점에서 경찰 조사대로 “천공의 출입이 없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3월 한달간 시시티브이를 확인했지만, 천공 관련 영상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3월 시시티브이 영상을 “4TB(테라바이트), 영화 2000편가량의 분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관 인근엔 시시티브이가 여러 대 설치돼 사각지대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경찰 분석에서 지난해 3월 한달 중 영상이 남아있지 않은 날은 없었으나, 일부 기록이 불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청 관계자는 “영상이 덧씌워지는 구조라, 일부 영상이 흐릿하거나 시간대에 없는 불완전한 부분은 군데군데 있다”며 “삭제나 인위적인 조작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간대 기록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천공이 당시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한 것이다.
천공의 출석조사도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은 천공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수차례 출석요구를 했지만, 천공 쪽은 “본인은 관저 이전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의견서를 지난주 제출한 것 외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천공 관저 개입 논란은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방송인 김어준씨와 한 인터뷰에서 처음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지난 2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도 책을 펴내고 지난해 4월1일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자신에게 ‘천공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직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 서울본부를 최근 다녀갔다’는 말을 했다고 적었다. 대통령실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김 전 의원과 김어준씨, 부 전 대변인과 관련 내용을 처음 보도했던 기자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부 전 대변인 등 사건 관계인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 뒤 사건을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