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이른바 ‘깡통 전세’를 놓고 80여억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1세대 빌라왕’이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구태연)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43명에게서 임차보증금 84억원을 받아 챙긴 임대사업자 이아무개(65)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무자본 갭투자는 자신의 돈을 쓰지 않고 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일하거나 역전세(전세가가 매매가 추월) 매물인 경우 임대사업자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깡통 전세가 돼 임차인이 금전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1세대 빌라왕’으로 불린 이씨는 2016년부터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경기도 부천 등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470채가 넘는 빌라를 사들이고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물어준 금액만 580억원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보상을 받은 임차인들은 신고를 하지 않거나 피해 진술을 꺼리기 때문에 검찰 수사 금액과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경찰이 이씨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고 있어 피해자를 더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사건과 다른 전세 사기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돼 지난달 15일 출소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씨의 추가 범행을 확인한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석방과 동시에 다시 구속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