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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이스피싱+테러로 ‘변종 진화’…대본이 바뀐다

등록 2023-04-12 06:00수정 2023-04-12 14:33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대치동 골라 새로운 대본 쓴 것”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나눠주는 피의자 2명(왼쪽)과 이들이 나눠준 마약 음료수(오른쪽). 강남경찰서 제공.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나눠주는 피의자 2명(왼쪽)과 이들이 나눠준 마약 음료수(오른쪽). 강남경찰서 제공.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은 ‘마약+보이스피싱 범죄’ 형태의 신종 범죄로, 2006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의 최신 버전이다. 그간 끊임없이 진화한 보이스피싱 수법에 수사기관과 국민들의 대응 수준이 높아지자 보이스피싱 조직 ‘업계’의 벌이가 1년새 30% 줄면서, 조직 차원에서 새로운 타깃을 찾아 ‘신종 먹거리’를 찾아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11일 <한겨레>에 “이번 마약 음료 사건은 비대면, 온라인, 대포물건, 초국경이라는 특성을 갖춘 전형적인 피싱 범죄에다 ‘마약’이라는 수단이 더해진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신종 수법이 나오게 된 데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3년 보이스피싱 통계를 보면, 발생 건수는 2021년 3만982건에서 지난해 2만1832건으로 29% 줄었고, 같은 기간 피해액 역시 7744억원에서 5438억원으로 30%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국민 홍보 등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 자체가 크게 줄고 위축되다보니, 조직 차원에서 다른 먹거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보이스피싱 범죄가 2006년 시작된 1세대(계좌이체)에서 2세대(대면범죄)를 거쳐 3세대(다른 범죄와 결합)까지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조직은 2010년부터 시작된 대포통장 규제 강화 대책 등으로 계좌이체를 이용한 범행(1세대)이 날로 어려워지자, 피해자들에게 대출이나 사기 등에 연루됐다고 속인 뒤 현금을 뽑아 수거책에게 전달하는 방식(2세대)으로 변경됐다. 이 경우 총책은 검거가 쉽지 않고, 아르바이트 형태로 구직된 수거책들은 미미한 처벌을 받고 풀려났다.

그러다 검찰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범죄단체조직·범죄단체활동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현금 수거책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등 처벌이 강화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이 고도화됐다. 최근엔 2~3세대가 섞인 보이스피싱 범죄가 대부분이다. 3세대의 경우 몸캠 피싱(알몸 이미지를 촬영한 뒤 피해자 연락처 등을 빼어내 협박)이나 손실 만회해준다고 접근한 뒤 돈 빼돌리는 코인 사기등 다른 범죄 유형과 합쳐지는 식이다.

10년 가까이 보이스피싱을 수사해오며 관련 연구를 한 홍순민 경감은 “마약 음료 사건은 2세대에서 수법이 진화한 변종(3세대)이라고 볼 수 있다.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수거책과 중계기 등을 주로 이용했는데, 그마저도 어려워지다보니 마약을 결합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험해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도 “시나리오 개발팀을 두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돈이 나올만한 강남 대치동이라는 장소를 골라 새로운 대본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범죄는 기존 보이스피싱에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테러의 성격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4세대(피해자 연루 범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의 보이스피싱은 돈을 보내기 전까지 실제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납치했다’ ‘계좌가 위험하다’ 등의 사기를 친 거라면 이번에는 실제 테러가 발생했고, 이를 토대로 범행을 했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에 테러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봐야 한다”며 “기존 보이스피싱 조직이 국제 테러 조직으로 변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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