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피해자의 진술을 일부 꾸며내 수사결과서를 작성했다면 그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ㄱ씨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에서 일하던 ㄱ씨는 운전자 ㄴ씨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사건을 불송치 결정한 뒤, 검찰로부터 재수사 요청을 받자 재수사 결과서에 마치 피해자들로부터 추가 진술을 들은 것처럼 적어 검찰청에 보낸 혐의를 받았다. ㄱ씨는 피해자들이 “사고가 경미했으나 보험회사 보상금을 타기 위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거나 “가해자 ㄴ씨가 종합보험에 접수해 주어서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재수사 결과서를 작성했지만, 피해자들은 이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1심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ㄱ씨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ㄱ씨가 피해자들의 과거 진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추가 진술을 청취하지 않았고, 과거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2심은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 일부가 결과적으로 사실과 부합하는지, 재수사 요청을 받은 경찰관에게 재조사 여부와 방식에 대한 재량권이 있는지 등과 무관하게 ㄱ씨의 행위 자체로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또 대법원은 “ㄱ씨가 (피해자들의 진술을 듣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기재하는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다고 생각했더라도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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