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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어터진’ 김치코인…시장진입 문턱은 허술, 시세조종 처벌은 미약

등록 2023-04-17 15:19수정 2023-04-17 20:43

게티이미지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한국 사회를 뒤흔든 루나·테라 폭락 사태부터 이번 ‘퓨리에버 코인’ 투자에서 비롯한 강남 납치·살해 사건까지. 정부가 뚜렷한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사이 법 테두리 바깥에 놓인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은 시세조종·다단계 사기 등 각종 불법이 들끓었다. 전문가들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시장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과 시장 내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9월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을 악용한 불법거래, 가상자산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다단계 등 사기범죄 발생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내놓은 가상자산 관련 시장 규제책은 뚜렷한 게 없다. 지난 2021년 가상자산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가상자산 돈세탁방지법(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특금법은 목적 자체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서 만들어진 법으로, 실명을 알 수 없는 사업자에 대해서 거래소들이 책임을 져야함을 명시한 법이다. 시세조종이나 다단계 등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어 불법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는 사업성이 없는 프로젝트를 코인화해 판매한 사람이 있고, 그런 코인을 시세조종한 사람이 있는데, 이들을 처벌하려면 사기나 배임·횡령, 유사수신 등의 혐의를 적용해야 하지만 법적으로 의도적인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사법기관이 의지를 가지고 강한 처벌을 내려 시장에 ‘불법 행위를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김치 코인(국내 또는 내국인 주축 발행)’ 등 내재 가치가 불확실한 가상자산의 시장 유입 자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 지난 1월부터 진행한 ‘코인거래소 상장 비리 및 코인 시장조작’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내부 상장심사 절차가 관련 법령과 제도의 부재로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거래소 심사를 통해 건전하고 사업성 있는 가상자산이 상장되는 게 중요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코인원 등 일부 거래소들은 문지기 역할은커녕 시세조종을 조장했고, 코인 상장을 위한 코인발행사 감사도 특정 업체를 통해 형식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시세조종이나 다단계 사기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 이전에 발행·공시 규제를 먼저 도입해 부실한 가상자산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모두 13개(가상자산업법 제정안 7건·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건·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2건)다. 가상자산거래업 인가제·불공정거래행위 금지·시세조종행위 금지·가상자산 공시의무·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등 가상자산 사업자 진입규제와 부정거래 금지, 투자자 보호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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