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0년 7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인권위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쪽이 “박 전 시장은 성희롱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20일 주장했다. 유족은 부하 직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하며 서울시에 피해자 대책 마련 등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9-1부(김무신·김승주·조찬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박 전 시장 부인 강난희씨의 대리인 이종일 변호사는 항소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 쪽에서 문자메시지를 ‘사랑해요’로 시작했음에도 그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만으로 (증거를 제시해) 오히려 성희롱 피해자인 망인이 가해자로 증명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20년 7월 여성단체가 요청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의 결과를 지난 2021년 1월 발표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등에 △피해자 보호 △2차 피해 대책 마련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 등을 권고했다. 이후 강씨는 인권위 권고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인권위의 직권조사와 권고의 적법성을 인정하며 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유족 쪽은 이같은 인권위의 결정이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인권위) 상임위에서 직권조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긴급하다는 요건이 충족돼야 함에도 (그런) 절차 없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망했다는 이유로 방어권 보장도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날 강씨는 재판에 출석해 “제 남편은 억울한 피해자”라며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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