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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시 불라고? 사람 숨도 구별 ‘시동 잠금장치’ 음주운전 막을까 [영상]

등록 2023-05-02 07:00수정 2023-05-03 02:46

지난 27일 <한겨레> 기자가 경기 파주 센텍코리아를 방문해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은 자동차에 부착되어 있는 해당 기기에 숨을 힘껏 불어넣고 있는 모습.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지난 27일 <한겨레> 기자가 경기 파주 센텍코리아를 방문해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은 자동차에 부착되어 있는 해당 기기에 숨을 힘껏 불어넣고 있는 모습.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삐....(부릉)”

운전석에 설치된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에 5초간 힘껏 숨을 불어넣자 ‘PASS(통과)’ 문구가 떴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경쾌한 소리가 나며 엔진이 돌아갔다. 두번째는 술을 마시고 시도했다. 알코올 감지 센서 장비를 생산하는 센텍코리아 직원이 알코올 도수 20.1도 짜리 소주를 소주잔 가득 따라왔다. 한번에 들이켰다. 시간이 좀 지난 뒤 같은 장비를 힘껏 불었다. “삐삐삐....삐삐삐....” 요란한 경고음이 났고, 시동 버튼을 눌러도 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시동을 걸기 전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장치다. 측정부는 시동 버튼 옆에 탈부착이 가능하다. ‘컨트롤 박스’는 엔진 시동과 연관된 배선에 연결돼 있어서 시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전날 밤 과음도 어김없이 걸려든다고 한다.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본사에서 만난 박근형 전무이사는 “제 차에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과음(소주 2병 반)을 하고 새벽 2시 반께 잠들었다가 아침 7시 반에 출근하려고 하니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했다”고 말했다. 대리 측정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시동이 걸린 뒤에도 무작위로 재측정을 요구한다. 사람 날숨인지 아닌지 가려낼 수 있어 에어건 등으로 기계를 속이기도 어렵다.

지난 27일 &lt;한겨레&gt; 기자가 경기 파주 센텍코리아를 방문해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체험하고 있다. 자동차에 부착되어 있는 해당 기기에 ‘BLOW(불다)’ 표시가 뜨면 하얀색 마우스피스에 숨을 힘껏 불어넣으면 된다.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지난 27일 <한겨레> 기자가 경기 파주 센텍코리아를 방문해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체험하고 있다. 자동차에 부착되어 있는 해당 기기에 ‘BLOW(불다)’ 표시가 뜨면 하얀색 마우스피스에 숨을 힘껏 불어넣으면 된다.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최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어린이가 숨지고, 숙취 운전을 하던 운전자 때문에 떡볶이를 배달하던 40대 가장이 숨지는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음주운전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경찰청 ‘연도별 음주운전 재범자 단속 실적 현황’을 보면, 지난해 7회 이상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상습범은 983명으로 전년(977명)보다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걸린 재범자는 5만5038명으로 42.2%에 달했다. 2021년(5만1582명)보다 늘어났지만, 지난해 음주운전 초범자가 7만5245명으로 늘어나면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줄었다.

음주운전 시동장금장치. 컨트롤박스는 차량 배선과 연결되어 운전대 아래 차량 내부에 설치되어 있고, 음주측정부인 핸드셋은 운전대 옆에 고정해놓고 탈부착 할 수 있다. 센텍코리아 제공.
음주운전 시동장금장치. 컨트롤박스는 차량 배선과 연결되어 운전대 아래 차량 내부에 설치되어 있고, 음주측정부인 핸드셋은 운전대 옆에 고정해놓고 탈부착 할 수 있다. 센텍코리아 제공.

여당은 잠금장치 의무화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의 차량에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1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음주운전 위반자에게 음주운전 방지 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하고, 장비 구매와 설치 비용은 운전자 본인이 부담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치 부착 대상 조건을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자로 세분화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임호선 민주당 의원)’,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사용되는 자동차, 화물자동차, 어린이 통학버스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교통안전법 일부 개정안(강준현 민주당 의원)’ 등도 발의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재범자의 행동 교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100% 자부담은 추가 벌금형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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