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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임신 미혼모, 배고파서…” 분식집은 음식에 일자리까지 줬다

등록 2023-05-03 15:21수정 2023-05-04 16:28

“거짓말이라도 음식 보내줬을 거예요”
약속대로 외상 갚은 손님에 도움 손길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ㄱ씨가 올린 주문 요청서.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ㄱ씨가 올린 주문 요청서.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미혼모 고객의 외상 요청에 선뜻 응하고 일자리까지 제공한 식당 사장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ㄱ씨는 4월3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사실이라면 정말 마음 아픈 일인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 내용을 보면, 한 손님이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서 “미혼모에 임신 중인데 너무 배가 고프다. 당장은 돈이 없어 염치없지만 (외상을) 부탁드린다. 돈은 다음 주말 되기 전에 이체해드리겠다”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ㄱ씨는 “여태 이런 종류의 주문은 무수히 봐왔고 응했던 적이 없지만 ‘미혼모’ ‘임신 중’이라는 단어 선택이 거짓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객 연락처를 보니 우리 매장에 13번째 주문이라고 떴다”고 적었다.

그는 “(이 손님의) 목소리가 아무리 (나이가) 많아야 20대 초반”이었다며 “(이 손님은 우리 매장이) 원래 먹던 곳이라 부탁을 드려봤다면서 민폐 끼쳐 너무 죄송하다면서 울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식당 아르바이트생에게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이건 (음식을) 보내주라 했다”고 했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후 ㄱ씨는 이 손님에게 돈을 받고 직접 만난 후일담을 전했다. ㄱ씨는 지난 2일 같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이 손님이) 계좌번호를 알려달라 요청해서 알려주고 정상적으로 입금받았다”며 “제 선택이 신뢰로 되돌려 받은 기분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또 아내와 함께 손님의 집을 찾았는데, 이미 식당에 여러 차례 방문해 얼굴을 아는 손님이었다고 한다. 현재 19살인 이 손님은 임신 중이었고, 집안 사정으로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이 손님은 아르바이트 급여가 언제 입금될지 몰라 ㄱ씨 식당에서 외상으로 주문한 음식을 밀폐용기에 나눠 보관해둔 상태였다고 한다. ㄱ씨는 “(이 손님은) 내가 배고픈 게 아기도 배고픈 것일 테니 거절당하면 어쩌나 싶어 (주문서에) 최대한 불쌍해 보이게 적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ㄱ씨는 이 손님에게 생필품과 음식 등을 사준 뒤 일거리도 제공했다. 그는 “하루 2시간 정도만 하면 되는 파트타임 자리가 있는데 하면 어떠냐”고 물었고, 이 손님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손님은 의류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배가 불러오면서 일을 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그는 “손님에게 계좌로 금액을 받고 나니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점에 기분이 좋았는데, 실제로 만나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보니 차라리 거짓인 게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ㄱ씨는 식당 홍보를 위해 글을 작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저는 제 매장 위치를 한 번도 밝힌 적 없다. 앞으로도 밝힐 일 없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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