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광주 북구 전남대 잔디밭에서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아동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ㅎ양은 봄학기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다. 지난 1월 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에도 굳이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없다. ㅎ양은 “코로나에 걸릴까봐 쓰는 건 아니다. 마스크 쓰는 게 익숙하고, 별로 불편하지도 않아서 같은 반에도 그냥 쓰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3일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어린이 생활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 내 마스크 착용 해제 뒤에도 초·중·고교생 열에 일곱(70.2%)은 학교에서 주로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마스크를 벗는 게 어색해서’, ‘쓰는 게 마음 편해서’가 각각 53.0%, 19.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내 얼굴을 친구들이 보는 게 불편해서’라는 답과 ‘코로나에 걸릴까봐’(이상 10.9%)라는 답이 나란히 열에 하나꼴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교조는 “코로나 이후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걸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표정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가 늘었다는 게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친구와 갈등 때 ‘대화를 시도한다’는 어린이는 3분의 1(29.5%)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 ‘그냥 참는다’(24.4%), ‘말을 하지 않는다’(10.5%)는 식으로 갈등을 회피하거나 해결을 포기한다는 답도 30%를 넘었다.
그나마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기 쉬운 사람으로는 부모님을 포함한 ‘보호자’가 가장 큰 비중(53.5%)을 차지했다. 친구(31.5%)가 뒤를 이었지만, 교사를 택한 어린이는 2.2%에 불과했다.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답한 이들도 12.4%나 됐다. 전교조는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교사와 학생의 관계맺기가 어려웠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시기를 거친 뒤에도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여전히 ‘공부’(51.3%)였다. 어린이들이 휴식 때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친구들과 놀기’(67.2%)였고, 뒤를 이어 게임하기(42.9%·중복응답)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은 전국 초등 4~6학년생 17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29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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