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 2020년 10월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입교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현행 36개월에서 최대 6개월 줄이라고 국방부 장관에 권고했다.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24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든 데 견줘,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만 3년으로 변화가 없어 ‘징벌적’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6개월은 관련법 개정 없이 국방부 장관이 재량으로 복무기간을 줄일 수 있는 최대치다. 병무청 연구용역의 결론 역시 적합한 대체복무기간은 ‘현역병의 1.5배’라는 것이어서, 국방부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ㄱ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0년 시행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대체역법)에 따라 그해 10월 대체복무를 시작한 93명 가운데 한 명이다. 대체역법에 따라 ㄱ씨 등 대체복무요원은 교정시설(교도소·구치소)에서 36개월 합숙 복무를 시작했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요원들이 많았지만 복무지 배정에 이는 고려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ㄱ씨의 6살·11살 두 자녀 역시 대체복무지인 교정시설(교도소·구치로) 인근으로 이사 했다. 반면 복무기간은 36개월로,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 18개월보다 2배 길었다. 이에 ㄱ씨등 9명은 ‘합숙 복무가 징벌적 성격이 있고, 교정시설에 배치돼 수형자가 하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진정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병역법 개정 없이 대체복무기간 조정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교정시설 외에는 합숙할 수 있는 대안 시설이 없고, 교정시설 업무도 ‘공공 업무’라 대체복무자가 수행하지 못할 업무를 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중 기준을 적용해 법률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국방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일 인권위는 국방부장관에게 대체복무 기간을 6개월 범위 안에서 줄이고 교정시설 외 다른 대체복무기관을 마련하라고 권고 했다. 또 법무부 장관에겐 교정시설에 복무하는 요원들에게 적성 등을 고려한 업무가 부여될 수 있게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 했다.
이날 인권위는 “국방부는 그동안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24개월이므로 대체복무 기간을 1.5배인 36개월로 설정한 것은 국제인권기준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까지 낮아진 뒤 국제인권기준 1.5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병역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복무기간에 대한 이중적 기준 적용으로 자의적 법률 적용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체역법상 국방부 장관은 대체복무 복무기간을 재량으로 최대 6개월까지 줄일 수 있다.
또 인권위는 대체복무 분야를 교정 분야로 한정하는 것 역시 “개인의 적성 및 전공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차별적인 처우”라며 “사회복지나 소방·의료·방제·구호 등 사회적 필요성이 높은 분야를 대체복무 분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4월말 기준 현재 대체복무 중인 요원은 1140명이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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