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판정 뒤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김정애(53)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여든 넘은 노모를 돌보고 3년 넘게 암 투병 중인 언니를 간병해 온 5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2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상태였던 김정애(53)씨가 지난달 23일 부산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에서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5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7일 급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김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뇌사상태가 이어져 왔다.
생전 김씨는 가족들에게 헌신적인 딸이자 동생이었다고 한다. 그는 30년 전 부친이 숨진 뒤 홀몸이 된 여든 넘은 어머니의 손발이 되었고, 간암 투병 중인 언니의 병간호를 3년 넘게 직접 도맡기도 했다.
김씨의 장기기증은 생전 그의 뜻이다. 김씨는 남편과 우연히 티브이(TV)를 보다가 장기기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들 부부는 ‘마지막 순간에 내 몸을 통해 남을 살릴 수 있다면 장기기증을 하자’고 서로 약속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김씨의 생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김씨의 큰 아들 손현익씨는 “한평생 욕심 없이 가족들에게 봉사하며 살았던 엄마.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이야기하고 효도 못 한 게 후회되고 아쉽지만 지금부터라도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겠다”며 “하늘에 있는 엄마가 부끄럽지 않을 아들로 성장할 테니 편히 지켜봐 달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