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입소자가 혼거(여러 수용자와 함께 지내는) 수용의 불편을 호소했는데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교도소의 조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상담사 지정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교도소장에게 권고했다.
15일 인권위 설명을 종합하면, 2021년 9월 한 교도소에 입소하고 그해 10월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힌 ㄱ씨는 “다른 수용자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 독거수용해달라”고 교도소 쪽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형이 확정된 지난해 2월까지 일반 수용자들과 혼거 생활했다.
ㄱ씨는 “독거실 아니면 입실을 거부하겠다”며 지난해 2~5월 입실 거부를 반복하다가 교도소 쪽으로부터 징벌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ㄱ씨는 수용자 처우와 관련된 등급인 경비처우급이 에스(S)3에서 S4로 낮아졌다. 교도소는 개별 수용자의 도주 등 위험성을 기준으로 경비처우급에 해당하는 S1~S4등급을 부여하는데, S4에 가까울수록 면회나 자유시간 등이 제한된다. 이에 ㄱ씨 지인은 교정시설이 성소수자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 되레 징벌 조처를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교도소 쪽은 “ㄱ씨가 입소 시 본인의 성적지향과 관련해 별다른 의사 표현을 한 바가 없다”면서 “시설의 형편을 설명했는데 ㄱ씨가 계속 입실을 거부하여 징벌 처분을 한 것”이라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그러나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교도소는 성소수자 피해자에게 적절한 처우를 하지 않고 성소수자라는 증거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반복하고, 피해자의 입실 거부 행위에 징벌을 부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피해자가 고립된 생활을 넘어 감당하기 힘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게 한 것”이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현행법상 교정시설의 장은 성소수자인 수용자의 수용 생활을 위해 별도의 상담자 지정, 적합한 수용동에 독거수용 등의 처우를 하여야 한다”면서 교도소 쪽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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