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년의 기다림 끝에 12일 오후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납북귀환 어부’ 100명에 대해 전국 5개 관할 검찰청에 직권재심 청구를 지시했다고 16일 밝혔다. 납북귀환 어부는 동·서해상에서 조업하다 납북된 뒤 귀환한 선원들을 말한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뒤 1987년까지 총 3648명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처벌 받았다.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 모임은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를 환영한다”면서도 “검찰은 당시 납북귀환 어부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을 주도한 책임자였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대로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100명은 1969년 5월28일 강원 고성 거진항으로 일괄 귀환한 기송호 등 선박 23척의 선장과 선원 150명 중 현재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100명이다. 이들은 귀환 직후 구금 상태로 수사를 받았고 수산업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149명 중 17명은 징역 1년 실형을, 나머지 132명은 집행유예형를 선고받아 3~7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들 중 1명은 1심 재판 도중 숨졌다. 가장이 구금되면서 가족은 생활고에 시달렸고, 이후 ‘빨갱이’ 등으로 낙인 찍혀 생활고를 겪었다.
대검은 관할 5개 검찰청(춘천지검, 강릉지청, 속초지청, 대구지검, 영덕지청)에 직권재심을 청구하라고 지시했다. 70명이 속초지청 관할이다. 대검 관계자는 “100명의 사건을 검토해 모두 불법구금 사실을 확인했다”며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로, 피고인 또는 유가족이 (직접 재심을 청구할 때 따르는) 어려움을 덜고 신속한 명예회복과 권리구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유가족, 또는 검사 등에게 재심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날 검찰이 직권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사건의 피해자 150명 중 검찰은 지난해 11월 9명의 재심을 직권으로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12월 이들의 무죄를 선고했다. 40명은 본인 또는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해 현재 1심 중이거나 이미 무죄를 선고 받았다. 앞서 지난 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 진실규명을 결정하고 검찰에 재심청구를 권고하기도 했다.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 모임의 김춘삼 대표는 입장을 내어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를 환영한다”면서도 “검찰은 당시 납북귀환 어부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을 주도한 책임자였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대로 검찰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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