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가상 정보요원 김정보(왼쪽)와 이정원. 국정원 영상 갈무리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6월24일 초대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를 복원했다. 2021년 6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바꿨다가 다시 교체한 것이다.
‘양지’를 지향하기 위한 것일까. 최근 국정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누리집을 통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정보요원 2명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달 초 페이스북에 ‘가상 정보요원 소개’ 영상을 올리며 ‘가상인간’ ‘AI휴먼’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영상에는 정장을 잘 차려입은 남녀 2명이 등장한다. 남성의 이름은 ‘김정보’, 여성의 이름은 ‘이정원’이다. 이들은 영상에서 자신을 ‘국정원 가상 정보요원’이라고 소개하며, 앞으로 국가안보 관련 소식을 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입사’ 이후 공개채용 자주묻는질문(FAQ)과 주간정보뉴스(NIS WIN) 영상에 등장해 국정원 홍보에 나섰다.
얼핏 진짜 사람인가 싶지만, 이들을 조금만 지켜보면 곧바로 어색함이 느껴진다. 가장 어색한 부분은 말투다. 문장을 뚝뚝 끊어 읽고 어조도 시종일관 단조롭다. 서 있는 자세도 지나치게 경직돼 있고 표정에는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홈쇼핑 쇼호스트와 광고 모델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다양한 가상인간들과 견줘서는 차이가 난다.
국정원 관계자는 1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기존의 폐쇄적이고 딱딱한 기관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가안보 콘텐츠를 보다 친근하게 홍보하기 위해 가상 정보요원을 투입했다”며 “(민간 가상인간에 견줘 자연스러움이 많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제스처를 학습시키는 등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쇼호스트 등으로 활동 중인 롯데홈쇼핑의 가상모델 ‘루시’(오른쪽)와 신세계그룹의 가상인간 ‘와이티’(YT). 유튜브 갈무리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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