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활동가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미학살 생존자인 응우옌티탄씨와 화상연결로 발언을 전하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사건 조사 개시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베트남 하미 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 개시 여부가 24일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조사개시를 촉구했다.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회원들은 17일 오전 10시반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가 입주한 남산스퀘어빌딩 앞에 모여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신청 뒤 1년째 보류중인 베트남전 하미 마을 사건의 진상 조사를 즉각 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사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인정했는데 진실화해위가 조사 개시조차 회피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동안 수많은 과거 사건들의 진실을 밝혀내는 괄목한 만한 성과들을 이어온 진실화해위의 발걸음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진실규명 신청인 응우옌티탄(66)을 화상으로 연결해 발언을 들었다. 응우옌티탄은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이 계속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베트남의 수천명에 달하는 피해자·유가족들에게 계속 빚을 지는 것이다. 그것은 금전에 대한 빚이 아니라 목숨에 대한 빚”이라며 “진실화해위가 여기 베트남으로 건너와 진실을 조사하고 위령비에 있는 희생자들 이름을 봐달라”고 말했다.
1968년 2월 사건 당시 11살이었던 응우옌티탄은 학살 피해로 왼쪽 귀의 청력을 상실했고 허리에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부상을 입었으며 어머니 레티토아이(당시 46살)와 남동생 응우옌반떰(8살)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진실규명 신청인인 응우옌럽(71)의 어머니이자 하미 사건 피해 생존자로 한국 사회에 많이 알려졌던 고 팜티호아(1928~2013)의 유품도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유품은 생전에 팜티호아가 실제로 사용했던 나무 목발로, 팜티호아는 사건 당시 수류탄에 의해 두 발목이 잘렸고 5살 딸과 10살 아들도 잃었다.
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활동가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미학살로 두 발목을 잃었던 고 팜티호아씨의 유품을 공개하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사건 조사 개시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진실화해위는 지난 10일 2소위에서 하미 사건 조사 개시에 관해 논의했으나 전체 4명 중 국민의힘 추천 위원 2명이 반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4일 오후 전원위원회로 넘긴 상태다. 조사 개시가 결정될 경우 대한민국 공권력에 피해를 당한 첫 외국인 인권침해 조사 사례가 된다. 역대 진실화해위 1~2기 활동과 그간의 과거사 기구 전체를 통털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관련 진실규명 신청은 이번이 최초다.
하미 사건은 1968년 2월24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하미 마을에서 벌어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135명의 주민들이 희생됐다. 대다수가 노인·여성·아이였으며, 사건 다음날 불도저에 의한 주검 훼손까지 일어났다. 2000년 한국군 참전단체가 지원해 세워진 마을의 위령비 비문은 한국정부 압력으로 연꽃 그림에 가려져 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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