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관계자들이 ‘윤석열 정부 검찰+보고서 2023 - 검사의 나라, 이제 1년’ 발간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가 윤석열 정부 1년 검찰보고서를 내고 “윤석열 정부 1년은 국민의 나라가 아닌 검사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는데, 그 과정에서 참여연대가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박원순 다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부터 참여연대와 한 장관은 서로를 “정치 검사” “정치 단체”라고 비판하며 수차례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참여연대는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윤석열 정부 검찰보고서 2023-검사의 나라, 이제 1년’ 보고서 발간 기자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검찰 개혁에 역행하고, 검찰의 권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2008년부터 검찰 권한의 오남용을 감시하기 위해 매년 검찰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통치 수단으로 동원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찰이) 통치의 주체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승익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한동대 연구교수)은 “(검수원복 시행령 등) 위헌적 관행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돼 민주주의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된다”며 “군부통치 이후 민주화된 한국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다큐멘터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한동훈 장관의 참여연대 비판 발언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전 시장 관련 참여연대가 의견표명을 안한다는 한 장관 발언이 있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상희 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는 상영도 안 됐다. 일반인이 비판하는 건 별개의 문제고, (박 전 시장 다큐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부정적 평가는 사전검열이라 탄핵감”이라며 “제작자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라고 비판했다.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있는 ‘박원순 다큐’를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논란이 일자 참여연대는 “사건 직후부터 일관되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비판해왔다”며 “이날 발언은 수사기관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지 다큐를 옹호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법원 판결에서도 인정한 성추행을 옹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다큐가 만들어질 때, 법무부장관이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사전검열’도 ‘표현의 자유 침해’도 ‘탄핵감’도 아닙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 등 국가기관들은 여러 차례 박원순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영화 제작진이 다큐 강행 의지를 보이자, 인권위는 이날 재차 “피해자 유발론이나 피해자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 등으로 피해자 고통이 가중된다면 2차 가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은 입장을 내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을 부정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다큐멘터리가 홍보되고 있다. 성폭력 부정주의에 기인한 2차 가해”라며 “막무가내 성폭력 부정주의는 정치도, 민주도, 진보도 아니다. 피해자 진술과 경험을 무시하는 가해자 중심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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