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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동백림 사건’ 윤이상 55년 만에 재심…‘대통령 친서 속여 불법 체포’

등록 2023-05-17 19:52수정 2023-05-17 21:13

1967년 11월 서울형사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동백림 사건’ 공판에서 윤이상(서 있는 사람)이 증언을 하는 모습. 윤이상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심과 3심을 거치며 10년형으로 감형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1967년 11월 서울형사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동백림 사건’ 공판에서 윤이상(서 있는 사람)이 증언을 하는 모습. 윤이상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심과 3심을 거치며 10년형으로 감형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고 윤이상 작곡가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동백림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2020년 5월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지 3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1968년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작곡가 윤이상씨 사건에 대해 지난 12일 재심을 결정했다. 재판부의 재심 결정문을 보면, 중앙정보부 직원은 1967년 6월 윤씨에게 ‘대통령 친서 전달을 하려 하니 재독 한국대사관에서 만나자’고 한 뒤 윤씨를 대사관과 중앙정보부로 끌고가 조사·구금했다. 재판부는 “임의 동행 과정에서 윤씨에게 어떠한 영장도 제시되지 않았고 어떤 혐의로 체포·구금하는지, 형사절차상 어떤 권리가 있는지 등이 고지되지 않았다”며 “처음 연행된 때부터 구속영장이 집행되기까지 (이뤄진) 체포와 감금은 불법체포·감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해서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것으로 (중략) 피고인에 대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동베를린 거점 대규모 간첩 사건이다. 독일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던 윤씨를 포함해 현지 유학생과 문화예술계 인사 등 200여명이 연루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23명에게 국가보안법 및 형법의 간첩죄를 적용했다. 윤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년간 복역했다. 국제적 구명 운동 등으로 1969년 석방됐지만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1995년 독일에서 숨졌다. 지난 2006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중앙정보부가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 사건의 범위와 범죄사실을 확대·과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족을 대리한 김필성 변호사는 “한국이 낳은 최고의 음악가임에도 동백림 사건 판결로 이름조차 말하기 어려웠던 윤이상 선생님의 명예회복 길이 드디어 열렸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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