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동국대학교 봄 백상대동제’가 열린 23일 낮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팔정도에서 학생들이 댄스동아리 학생들의 공연을 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하는 느낌이라 설레요.”
축제 첫날인 23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메인 광장인 ‘팔정도’는 학생들과 외부인들로 북적였다. 동아리 공연을 보려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광장을 둘러쌌고, 곳곳에 자리한 부스 앞엔 긴 줄이 늘어섰다. 팥빙수를 만들던 20학번 김아무개(23)씨는 “입학 땐 코로나19 때문에 축제가 없었다. 군대 제대하고 복학 뒤 첫 축제”라며 “다른 학교 친구에게 정보를 받아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던 22학번 김경미(20)씨는 “축제를 안 했다면 아쉬웠을 것 같다. 저녁에 열리는 주점과 초대가수 공연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랜만의 봄축제로 학생들은 들떴지만, 정작 동국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축제를 열지 고민이 많았다. 투표수 미달로 총학생회가 꾸려지지 않아 촉박한 시간과 부족한 인력으로 축제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대위는 4월초부터 축제기획단 모집을 시작했다. 동아리연합회 등을 활용해 최종적으로 68명을 모았다. 기획단으로 활동한 한 학생은 “신입생도 들어왔는데 그래도 모여서 축제는 즐겨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제대로된 대학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학번(20~22학번)’들의 축제 준비는 쉽지 않았다. 통상 축제는 총학생회가 주최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 학생 활동이 침체되며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고안해 낸 게 축제기획단이나 태스크포스(TF)였다.
‘해방이화 137주년 대동제’가 열린 11일 오후 학생들이 초대 가수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모습. 김가윤 기자
총학생회가 부재해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인 이화여대 역시 지난 10~12일 축제 기획을 ‘대동제 티에프(TF)’가 주도했다. 류조은 이화여대 총학생회 부비상대책위원장은 “축제 부스를 운영하는 단체나 공연하는 동아리 수가 지난해보다 늘었다”며 “학생회가 없다고 (축제와 같은) 학교 활동에 관심을 덜 가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6~18일 축제를 연 건국대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인원(62명→31명)으로 축제를 준비해야 했지만, 총학생회 비대위는 축제를 포기할 수 없었다. 김성용 건국대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은 “축제는 총학생회가 여는 1년 중 가장 큰 행사고 지역주민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비대위는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대학 행정팀에 별도로 안전관리 인력을 요청했다.
일부 학생은 다소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김아무개(21)씨는 “무대 입장을 하려고 밖에서 길게 줄을 섰는데 질서유지가 잘 안 됐다”며 “이태원 참사도 있었다 보니 (인파관리를 할 수 있는) 공식 기구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에 다니는 김아무개(20)씨는 “비대위 체제에선 할 수 있는 게 제한되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축제 진행에서)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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