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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실화해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하미 사건’ 조사 안한다

등록 2023-05-24 18:07수정 2023-05-24 21:32

24일 전원위원회 3:4 표결로 조사개시 안건 각하
김광동 “피해 개연성 있지만 위원회 소관 아냐”
24일 오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55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대회의장 앞에서 ‘베트남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회원들이 하미 사건 조사 개시를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김광동 위원장(오른쪽)이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4일 오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55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대회의장 앞에서 ‘베트남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회원들이 하미 사건 조사 개시를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김광동 위원장(오른쪽)이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미 마을 사건 피해에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문제와 관련해 국가책임도 없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 피해 부분은 진실화해위원회가 아니라 법원에 의해 피해 구제를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 조사대상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각하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김광동 위원장이 마지막 발언을 마치자 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 한 명이 이의를 제기했다. “표결로 해야죠. 왜 위원장 맘대로 각하를 결정하십니까. 저는 이 각하 결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결국 표결을 진행했다. 2기 진실화해위가 조사개시 결정을 시작한지 2년 만에 처음 하는 표결이었다. 국민의힘 추천 위원 3명에 김 위원장까지 총 4명이 각하 찬성에 손을 들었고, 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 3명은 각하 반대에 손을 들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는 24일 오후 제55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수정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베트남 하미마을 학살 사건의 조사 개시에 대해 최종 각하 결정을 내렸다. 1시간여 동안 격론이 오고간 뒤였다.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은 “진실화해위가 외교 국방과 관련된 상황에 관여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고 진실화해위 기본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민족의 정체성과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인이 신청한 사건도 다 소화 못하면서 국민분열 하는 사건을 조사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 추천위원들은 “기본법을 보면 피해자의 국적이나 범죄 발생지역은 각하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국가가 그 사건에 대해 책임이 있느냐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지난 2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한 베트남 피해자의 국가배상 소송 판결에서 승소한 것을 예로 들며 “진실화해위원의 조사 개시는 국가 책임의 첫 발을 떼는 것”이라고 했다.

김광동 위원장은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의 편을 확실하게 들어주었다. 사건의 개연성과 국가책임에 대해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이 문제의 해결은 국가 차원에서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진실화해위 기본법은 외국인을 위해서 확대돼 적용될 사안은 아니라 판단한다”는 해석도 내렸다.

응우옌티탄(66)등 하미 마을 신청인을 대리한 변호인단과 ‘베트남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베트남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각하 결정 직후 오후4시40분경 진실화해위가 입주한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격적이고 안타깝고 슬프다. 이번 결정은 진실화해위의 존재 이유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남주 임재성 변호사는 “조사조차 안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진실화해위 결정에 불복해 재신청을 할 것이며 행정소송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신청인인 응우옌티탄은 각하 결정을 듣고 베트남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나눈 영상통화에서 “진실 규명 신청을 하고 1년을 애타는 심장으로 기다렸는데 위원회가 하미의 진실을 인정하지도 않고 조사 조차 하지 않겠다고 하니 저는 그저 실망 이외에 달리 할 말을 모르겠다. 우리 베트남의 피해자와 유가족 그리고 희생자들에게 지고 있는 목숨의 빚이 여러분의 미래 세대에 영원토록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응우옌티탄 등 이 사건 신청인 5명은 지난해 4월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신청을 냈고, 지난 11월 진실화해위 전원위는 “진행중인 법원 판결을 보고 난 뒤 재논의하자”면서 보류 처리한 바 있다.

하미마을 학살 사건은 1968년 2월24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마을에서 한국군 해병대가 135명의 주민을 총격해 살해한 사건이다. 대다수가 노인·여성·아이였으며, 사건 다음날 불도저에 의한 주검 훼손까지 일어났다. 2000년 한국군 참전단체가 지원해 세워진 마을의 위령비 비문은 한국정부 압력으로 연꽃 그림에 가려져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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