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월3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자녀의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1심 재판부가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과 조 전 장관 쪽 변호인은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 이유서 가운데 핵심 쟁점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이날 재판은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로, 조 전 장관 등 피고인 5명 모두 출석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앞서 2019년 12월 조 전 장관은 12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올해 2월 1심에서 혐의 가운데 일부가 유죄로 인정됐다.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업무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과 조 전 장관 딸의 장학금 수수(뇌물수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 등이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와 증거위조·은닉 교사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날 재판에서 조 전 장관 쪽은 유죄를 선고받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무죄임을 재차 강조했다. 조 전 장관 쪽은 아들의 입시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된 증명서들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인문학 프로그램 수료증과 봉사활동 확인서 등은 실제 활동 내용과 다르지 않다”며 “당사자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십을 한 게 분명한데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받은 장학금 600만원을 청탁금지법으로 볼 수 있느냐도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장학금과 관련해 뇌물 혐의는 무죄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대법원은 직무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구체적인 청탁이 없더라도 뇌물이라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청탁을 따질 것도 없이 뇌물죄가 성립하는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조 전 장관 쪽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딸 조민이 받은 장학금을 아버지인 조국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장학금을 지급한 조민의 지도교수와 조국은 일면식도 없었고, 지도교수가 된 뒤 사적 연락을 취하는 등 우호적 친분을 쌓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주요 혐의 가운데 사모펀드 의혹 등 혐의가 유죄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아내 정경심 전 교수의 차명주식 투자와 관련해 공직자윤리법상 백지신탁 의무를 어기고 재산을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았으나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조국과 정경심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제출되었음에도 사실을 오인했다”라며 “약 20억원에 이르는 불법 차명재산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었겠느냐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사건 실체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조 전 장관 쪽은 아들의 2016년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당시 해당 시험의 과목 교수인 맥도날드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을 밝혔다. 자녀입시 비리와 관련해 맥도날드 교수를 증인으로 언급한 건 이 날 재판이 처음이다.
또한 조 전 장관 쪽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해 청와대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특별감찰반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근거가 마련된)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를 직접 개정해 개정 경위를 제일 잘 알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사실조회 신청을 하고자 한다”며 처음으로 문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19일 오전 11시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구체적인 항소 이유, 증거관계와 관련한 입장 등을 정리하기로 했다. 해당 재판은 매주 월요일마다 열릴 계획이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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