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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교에서 아침밥 먹어요” 선일여중의 ‘소떡소떡’ 급식 실험

등록 2023-05-26 06:00수정 2023-05-27 14:40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선일여중 학생들이 아침 급식으로 나온 와플을 먹고 있다. 선일여중 제공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선일여중 학생들이 아침 급식으로 나온 와플을 먹고 있다. 선일여중 제공

“아침에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매일 굶었는데 아침 급식 덕분에 든든하게 공부할 수 있어 좋아요. 무슨 메뉴가 나올까 기대돼요.”

지난 3월13일부터 아침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 선일여중 학생들이 ‘시행 한달 설문조사’에서 내놓은 반응이다. 선일여중에는 아침 7시50분이면 학생들이 학교 5층에 마련된 ‘간편식 밥상’ 앞으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와플, 치즈주먹밥, 소떡소떡 처럼 이들 또래가 좋아할 만한 메뉴가 간단한 아침 끼니로 제공된다. 사전 신청없이도 누구나 올 수 있는데, 전교생 343명 가운데 하루 100∼120여명이 이용한다고 한다.

선일여중의 조식 프로그램은 정경영 교장, 지킴이 선생님 등이 한 시간 일찍 출근해 간편식을 준비하고 배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메뉴는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는 종류로 구성됐다. 예산 문제도 있지만, 우선 학교 급식 노동자 없이 운용하기 위해서다. 메뉴 구입도 위탁업체에 맡기는 게 아니라, 10가지 이상 메뉴를 미리 정해 온라인 등으로 음식을 구매한다. 정 교장은 “아이들의 생활습관, 교우 관계, 수업 집중도 등에 아침 급식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실감한다”며 “다음 학기에도 프로그램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전국 중·고교생 6만여명 대상) 결과를 보면, 주 5일 이상 아침 식사 결식률이 39.0%에 이르렀다. 10년 전인 2012년(24.8%)에 견줘 14.2% 늘어난 수치다.

지난 3월13일부터 아침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선일여중이 시행 한 달 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선일여중 제공
지난 3월13일부터 아침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선일여중이 시행 한 달 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선일여중 제공

대학가에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호응을 얻는 가운데 초·중·고에서도 아침 급식 제공을 위한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침을 굶는 10대 학생들의 건강과 학습력 강화를 위해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서 제공되는 조식을 일반학교에서도 제공하겠다”며 지난 3월부터 ‘서울형 모닝밀 시범학교’로 선일여중, 정의여고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당초 10곳을 선정하려 했지만 뜻밖에 신청이 저조해 2곳에만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기숙사 운영을 위해 조식을 제공하는 학교를 빼고 아침 간편식을 제공하는 시도는 전국적으로 처음이다.

아침급식을 활용해본 학생들 반응은 나쁘지 않지만, 학교 현장에선 여전히 아침 급식을 받아들이는 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인력·예산 문제로 학교나 교사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한겨레>에 “아침 급식을 의무화할 경우, 교사 업무 가중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고 했다. 김한올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도 “취지와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시범사업을 확대하려면) 예산 확보 뿐 아니라 급식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 전반을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 확보란 현실적 문제도 존재한다. 선일여중의 경우, 한해 예산을 4000만원을 잡고 있다. 여기엔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1000만원, 지자체 지원금 등 뿐 아니라 학교 운영비도 일부 투입된다. 정경영 교장은 “예산이 늘고 간편식 위주로 운영하면 아침 급식 정책도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과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한 문제 등 때문에 의무 시행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가 드러나면 대학가 ‘천원의 아침밥’처럼 붐이 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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