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환경, 여성, 종교, 법률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물 비물건화’ 규정이 담긴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동물은 ‘물건’이 아닌 ‘지각 있는 생명’! 동물과 공존하는 세상을 원한다!”
돌고래, 문어, 소, 토끼 등의 동물 탈을 쓰고 모인 20여명의 동물·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동물들을 대신해 외쳤다. 이들은 “우리는 인간에게 납치돼 비좁은 공간에 갇히고, 신체 일부가 제거되고, 털도 피부도 모조리 빼앗긴다”며 “우리도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기보다 즐겁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의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동물해방물결, 환경운동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동물권소위원회 등 21개 단체가 모인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는 30일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의 비물건화’를 선언한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 통과를 촉구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물건으로 규정하는 민법 98조에 따라 ‘물건’으로 규정돼 왔는데, 법무부는 지난 2021년 10월 해당 조항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동물, 환경, 여성, 종교, 법률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물 비물건화’ 규정이 담긴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들은 해당 개정안이 동물의 법적 지위를 높이는 기본적인 조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키우던 토끼를 밀폐용기에 가둬 죽인 보호자가 무죄 판결을 받고, 학대로 상해를 입은 개를 보신탕집에 넘긴 보호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사례는 ‘동물=물건’으로 보는 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기본 원칙만이라도 법에 규정돼야 동물을 학대자 손에서 구출하고, 정당한 민·형사상 죗값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김도희 변호사(민변 동물권소위)는 “헌법을 근거로 개별법과 권리가 도출되는 것처럼 동물을 물건이나 소유물이 아닌 존재로 인정한다면 이를 근거로 여러 법과 제도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법무부가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지 2년이 가까워지는데도 국회가 해당 법률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5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해당 개정안을 처리해달라고 콕 찍어 당부하고, 지난 4월 여·야가 합의문을 통해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발표했지만 소용없었다.
김영환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은 “영국은 지난해 척추동물이 아닌 문어까지 동물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2018년 스위스 정부는 랍스터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는 관행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아직도 우리나라 민법에 동물이 물건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국회가 국민을 대변하는 기관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두 우주(양 옆 강아지)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동물아연대)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동물아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동물 비물건화’ 규정이 담긴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