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31일 자신에 대한 면직 처분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한 직권면직 처분을 중지하고, 효력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관련 법에 의해 두텁게 신분을 보장받는 방통위원장을 일반적인 공무원 징계 기준에 따라 면직하는 게 가능한지 등이 행정소송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한 전 위원장 변호인이 서울행정법원에 낸 면직 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의 ‘면직’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방통위법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위원을 면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위원장도 위원이다.
그러나 동시에 방통위법은 위원장에 한해서만 탄핵 규정을 두고 있다.(6조 5항 ‘국회는 위원장이 그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한 전 위원장 변호인은 “위원장을 위원으로 보고 면직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면, 별도로 위원장에게만 탄핵이라는 절차를 규정한 조항과 충돌한다”며 “위원장은 ‘탄핵’에 의해서만 직을 뺏을 수 있거나, 탄핵에 준하는 사유가 있을 때만 면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반대 해석도 있다. 공무원 징계 분야를 오래 담당한 ㄱ변호사는 “방통위법은 위원의 면직 사유를 아주 넓게 정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도 상임‘위원’이므로 이런 면직 요건에 해당하면 면직이 가능하다”며 “재판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행위가 방통위법이 규정한 면직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재가한 ‘직권면직’의 타당성을 검토하려면 ‘한 위원장이 얼마큼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는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검찰은 지난 5월2일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티브이(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고의로 낮추는 데 관여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한 전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주요 혐의 사실에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한차례 기각했고, 결국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점은 한 전 위원장에게 다소 유리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전 위원장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방통위법에 의하면 위원장 임기는 보장돼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며 “면직 처분은 방통위 독립성과 위원장 신분 보장에 대한 심각한 침해일 뿐 아니라 방송·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민주적 기본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위법하고 위헌적인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기 중단으로 인해 금전 보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방통위 감사, 9월 검찰 수사, 영장 청구, 불구속 기소, 면직 등 일련의 과정이 결국 방통위원장 축출 목표로 진행됐다”며 “(임기) 두달 남겨놓은 상황에 이리 급하게 면직 처분한 건 공영방송 경영진을 하루빨리 교체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방통위는 <한국방송>(KBS) 이사 추천권과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권을 지닌 기구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한 전 위원장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의 임기는 7월 말까지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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