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북 경산시에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자신의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20대 대학생을 뒤쫓고 있는 장면. <와이티엔>(YTN) 영상 갈무리
“(학교) 선생님께서 평소에 칭찬을 아끼시는데 ‘용기가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지난달 31일 오후 경북 경산시. 20대 대학생이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 앞에서 바지 밴드 위로 자신의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했다. 4명의 학생들은 달아나는 남성을 거리를 두고 침착하게 쫓으며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남성의 도주 방향과 인상착의를 경찰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덕분에 해당 남성은 범행 지점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서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공연음란죄는 형법 제245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남성은 이미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범행을 여러 차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학생 4명 가운데 1명은 6일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그 사람이 계속해서 어린아이들에게 범죄를 일으킬까 봐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장면을 직접 본 학생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빨리 잡혔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뿌듯했지만 혹시 모를 보복 때문에 무섭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부모와 선생님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이 학생은 “부모님께서 잘했다고, 제가 대견하다고 하셨다”며 “(학교) 선생님께서도 평소에 칭찬을 아끼시는데 ‘용기가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다”고 밝혔다.
만약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때도 신고할 거냐는 질문에 학생은 “네”라고 답했다. 다만 “이번에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어른들께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며 “다음에는 꼭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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